트럼프 정책 '유턴' 뒤엔 게리 콘 등 재계 출신 영향력
美 언론 "이데올로기 투쟁보다, 일 성사시키는 데 집중해 신임 얻어"
"핵심 지지층의 '지지 철회' 가능성은 경계 대상"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잇따른 '대선 공약 뒤집기'에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재계 출신 측근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 맹비난의 대상으로 삼았던 미국 수출입은행,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 연방준비제도 등의 역할을 인정하며 이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발언을 했다. 더구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대선 핵심 공약까지 내던져 그 배경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너서클, 온건한 목소리가 대통령의 귀를 사로잡다'라는 기사에서 이 같은 심경 변화의 핵심에는 콘 위원장을 비롯한 재계 출신 측근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WP에 따르면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이인자 자리까지 올랐던 콘 위원장은 행정부에 들어온 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골드만삭스에서 같이 일했던 디나 하비브 파월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과 호흡을 맞추며 중도적인 방향으로의 정책 선회를 주도하고 있다.
취임 초기에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전략가처럼 이데올로기 투쟁을 앞세운 극우 보수파들이 득세했지만, 이제 실질적인 성과 달성에 초점을 맞추는 콘 위원장 등이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콘 위원장은 베테랑 정책 전문가들을 대거 선발해 이들이 세제 개혁, 사회간접자본 재건, 금융규제 완화, 무역 재협상 등에서 상세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노련한 경험자가 적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들은 자연스레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는 오바마케어를 대체하려 했던 의료개혁법안 '트럼프케어'의 좌절을 반면교사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의제에서 민주당의 지지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다. "나는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아니며, 단지 일이 성사되기를 바랄 뿐이다"는 발언에서 그의 입장은 잘 드러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에는 재계의 입김도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에 적대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게 된 데는 수출입은행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최고경영자(CEO) 등의 영향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수시로 이들 대기업 CEO를 만나며 주요 사안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다.
미 재계는 멕시코 국경 장벽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등이 기업 환경에 미칠 영향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콘 위원장, 쿠슈너 선임 고문, 월버 로스 상무장관 등과 협력해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에 대한 시각을 온건하게 바꾸는 일에도 힘을 쏟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중도파 측근의 부상에는 위험도 따른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대선에서 이기게 한 핵심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을 위한 경제·외교 정책의 변화인데, 워싱턴 기득권층의 입장에 좀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이는 최근의 정책 변화를 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볼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최근 정책이 대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오히려 비슷해지고 있다며 '도널드 로댐 클린턴'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배넌 수석 전략가의 친구인 팻 캐들은 "만약 쿠슈너 고문 등이 대통령을 잘못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대통령의 핵심 지지자들이 하게 된다면, 그들은 (대통령에게) '당신도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할 것"이라며 이는 진짜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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