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영장청구권 보유한 일본, 검-경은 협력관계"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세미나서 소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검찰뿐 아니라 경찰도 독립적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보유한 일본 형사사법제도에서 검-경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상대방을 '운명 공동체'로 인식할 만큼 밀접한 관계라는 설명이 나왔다.
주한 일본대사관 참사관 난바 마사키(難波正樹) 경시정(警視正, 한국의 총경급)은 14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이 주최한 '영장제도 개선을 위한 한·영·미·일 공동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해 이같이 소개했다.
난바 참사관은 일본의 현행 형사소송법이 연합국 점령하에 있던 1948년 영미법 영향을 강하게 받아 만들어졌고, 이전 형소법과 달리 경찰이 검찰에서 독립해 수사 1차 책임을 지는 기관으로 규정됐다고 밝혔다.
현행 형소법에서도 검찰관이 경찰에게 '일반적 지시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이는 수사 전반이나 각각의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수사 착수·중지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은 아니라고 난바 참사관은 설명했다.
검찰 지휘권도 "검찰이 독자 수사하는 경우 경찰에 협력을 요구하기 위한 규정"이라며 "검찰이 독자 수사하는 경우는 한정적이고, 이 규정에 따른 지휘권이 발동되는 기회는 실제로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경찰도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체포영장은 경부(警部, 한국의 경감급) 이상 계급으로 청구권자가 한정된다. 구류(구속)청구권은 검사에게만 인정된다고 난바 참사관은 소개했다.
일반 사건에서는 경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 미리 검찰에 연락하거나 협의하지 않지만,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뇌물 사건이나 선거법 위반사건, 대기업 범죄 등 무게감 있는 사건은 강제수사 전 검찰과 긴밀히 협의한다고 한다.
다만 이처럼 사전 협의하는 경우에도 경찰이 검찰에 지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과 '설득'을 하며, 검찰로부터 '기소 가능' 견해를 얻어 강제수사한 이후에는 양측이 '운명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다고 난바 참사관은 강조했다.
그는 "운명 공동체로 수사하고 피의자가 기소된 후에는 경찰과 검찰이 함께 기소 축하 회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1954년 경찰 수사권 남용을 막고자 검찰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검-경 갈등이 불거졌다. 이후 체포영장 청구 계급을 경부 이상으로 한정해 경찰 영장청구에 신중을 기하는 쪽으로 형소법이 개정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황운하 수사구조개혁단장(경무관)도 한국 헌법에서 검사 영장청구권 독점 조항이 삭제되면 체포·압수영장은 경찰이 직접 청구하고, 구속영장은 검사를 거쳐 청구하는 방식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검찰이 수사권과 영장청구권 없이 기소만 담당하는 영국 사례, 도청 등 예외적 강제수사의 경우에만 경찰이 검사 승인을 받아 영장을 청구하는 미국 사례 등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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