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눈 피하지마" 러 유엔대표 안보리 막말 논란(종합)
시리아사태 논의하며 영국 대사에 험한 말…크렘린 "적절한 말" 옹호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유철종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 대표가 막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유엔 안보리의 서방 동료들에 '감정적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었다며 자국 대표의 행동이 정당했다고 항변했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의 막말 사건은 지난 12일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규탄 결의안을 논의하던 유엔 안보리 회의장에서 일어났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가 "러시아가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 채택을 막는데) 거부권을 악용하고 있으며, (시리아) 정권과 화학무기 사용을 지지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신뢰를 잃었다"고 비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영국 대사의 발언에 사프폰코프 부대사는 "그는(영국 대사는)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어렵게 하고 안보리에 대결과 적의를 가져오려는 생각만 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라이크로프트 영국대사를 향해 "나를 봐라! 눈을 피하지 마라! 왜 눈을 돌리냐"며 손가락질을 한 뒤 "다시는 감히 러시아를 모욕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상대국 대사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것은 국제 외교 규범에서 한참 벗어난 것으로 러시아 매체들마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몹시 이례적으로 영국 외교관을 향해 단호한 비외교적인 언어를 써가며 공격을 했다"고 지적했다.
RT를 비롯한 러시아 매체들은 특히, 사프란코프 차석 대사가 공손한 표현인 'vy(당신)'대신 'ty(너)'를 사용했다는 데 주목했다.
vy는 높임말이지만 ty는 보통 친구나 아이를 대상으로 사용하는 호칭으로 공식적인 연설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막말 논란이 일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는 홈페이지에 올린 사프론코프의 연설문을 상당 부분 수정하며 순화시켰다.
모스크바 현지 영자 신문인 '모스크바타임스'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설문에서 'ty'가 'vy'로 바뀌었고, 공격적인 표현 대부분이 삭제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사프론코프 부대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4일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안보리 동료들에게 감정적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정책에 대해 매달, 매년 모욕적 발언을 해온 서방 동료들로부터 이런 말(비난)을 듣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며 "심각한 감정적 신호를 보낼 때가 됐으며 그렇지 않으면 유엔 안보리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집행이사회 회의장에 함께 앉아있는 사람들(서방 대표들)을 정치적 좀비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감정적 막말을 해서라도 서방이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크렘린궁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도 앞서 "사프론코프의 발언 톤은 적절했으며 모욕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나약함을 보이는 것은 나중에 아주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위험이 충분하다"고 자국 대표를 두둔했다.
한편, 당시 안보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어, 결의안을 저지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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