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눈 피하지 마" 러 유엔대사 안보리 막말 논란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막말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 대사는 지난 12일 안보리 회의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규탄 결의안을 논의하던 중, 영국이 시리아 분쟁을 끝내려는 정치적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를 향해 "나를 봐라! 내 눈 피하지 마라! 왜 다른 곳을 쳐다보느냐"며 손가락질을 한 뒤 "다시는 감히 러시아를 모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상대국 대사에게 반말을 섞어가며 공격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국제 외교 규범에서 한참 벗어난 것으로 러시아 매체들마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국영방송 RT는 "몹시 이례적으로 영국 외교관을 향해 단호한 비외교적인 언어를 써가며 공격을 했다"고 지적했다.
RT를 비롯한 러시아 매체들은 특히, 라이크로프트 대사가 공손한 표현인 'vy(당신)'대신 'ty(너)'를 사용했다는 데 주목했다.
vy는 높임말이지만 ty는 보통 친구나 아이를 대상으로 사용하며 공식적인 연설에서는 절대 쓰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정부도 놀란 눈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변인이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모욕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유엔의 러시아 홈페이지에 보면 사프론코프의 연설문은 현장 발언과 달리 상당 부분 순화됐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연설문에서 'ty'가 'vy'로 바뀌었고, 공격적인 표현 대부분이 삭제됐다고 전했다.
한편, 당시 안보리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러시아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어, 결의안을 저지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gogog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