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2004년 베슬란학교 인질극' 러 정부 책임 판결
"유족 등에 배상금 35억원 지급하라"…인질극으로 어린이 186명 등 334명 사망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남부 지역에서 지난 2004년 일어난 베슬란 학교 인질극 사건에 대해 유럽인권재판소가 러시아 당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러시아 정부가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둔 유럽인권재판소는 13일(현지시간) 베슬란 사건 피해자들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러시아 정부가 유족들에게 295만 유로(약 35억원)의 배상금과 소송 비용 8만8천 유로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전했다.
이에 앞서 사건 당시 인질로 붙잡혔다 생존한 사람들과 부상자들, 희생자 유족 등을 포함한 400여 명은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러시아 정부가 테러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해 '생명권'을 보장한 유럽인권보호조약 2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국이 상당한 양의 테러 계획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고도 합당한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테러리스트들과의 협상이나 인질 구조 작전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보안군의 과도한 무력 사용으로 사상자가 늘었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판결에 반발하고 나섰다.
크렘린궁은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러시아 법무부는 상소 의사를 표시했다.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은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 사건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2004년 9월 1일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 공화국 도시 베슬란의 제1공립학교가 30여명의 체첸 이슬람 반군들에 점령당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물론 개학일에 학교에 나온 학부모 등 1천200여 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이들은 사흘 동안이나 폭탄이 설치된 학교 체육관에 억류된 채 물과 음식도 없이 공포 속에 지냈다.
당국은 결국 강제 진압을 결정했고 전차와 장갑차, 헬기 등 대규모 화력을 동원한 무차별 진압 과정에서 교전이 벌어진 데 이어 체육관 지붕까지 무너지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86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334명이 숨지고, 810명이 부상했다. 경찰과 특수부대원, 재난당국 요원 중에서도 상당수 사상자가 발생했다.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전(前) 체첸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는 이후 2006년 잉구세티아에서 보안당국에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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