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KIA 외야수가 소방수…불펜 '불쇼' 호수비로 진압
헥터 7이닝 무실점, KIA 불펜은 2이닝 3실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서 4-3으로 승리하며 8승 3패로 리그 선두를 질주했다.
지난겨울 FA시장에서 '큰손'으로 통한 KIA는 강력한 타선과 탄탄한 선발진을 앞세워 시즌 초반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KIA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불펜이다.
처음에는 임창용이 연달아 '불쇼'로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더니, 바통을 이어받은 투수들까지 함께 '불꽃놀이'를 하겠다고 나섰다.
KIA는 이날 경기에서 4회초 집중력을 보여주며 3득점 했고, 선발 헥터 노에시가 7회까지 버틴 덕분에 3-0으로 앞선 채 8회에 들어갔다.
KIA가 승리하려면 3점의 리드를 지킨 채 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사달이 났다.
8회말 등판한 심동섭은 선두타자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준 뒤 닉 에반스를 파울 플라이, 김재환을 삼진으로 처리해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2사 1루서 오재일을 상대로 던진 높은 직구가 타자 스윙 궤도에 그대로 걸리면서 투런포로 연결됐다.
KIA는 1점 차로 쫓기자 이틀 전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물러난 임창용을 급하게 불렀다. 임창용은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친 양의지를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겨우 8회를 마쳤다.
더 큰 문제는 9회말 터졌다. 9회초 1점을 보탠 KIA는 4-2로 앞선 상황에서 한승혁에게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맡겼다.
시범경기에서 시속 157㎞ 강속구를 뿌려 화제를 모았던 한승혁은 첫 타자 허경민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제구 불안이라는 고질증세를 노출했다.
이어 김인태에게 좌중간 안타를 내주며 확실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중견수 로저 버나디나가 정확한 2루 송구로 김인태를 잡아내지 않았다면, 1사 3루가 아닌 무사 2, 3루가 될 뻔했다.
한승혁은 김재호를 상대로는 우익수 쪽 파울라인 근처 뜬공을 유도했다. 이것 역시 이명기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한승혁에게 가장 필요한 아웃카운트를 선사했다.
동료의 잇따른 호수비에도 널을 뛰는 듯한 한승혁의 투구는 멈추지 않았다.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민병헌에게 좌전 안타를, 오재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역전 주자까지 내보냈다.
끝까지 한승혁을 믿고 기다리던 KIA 벤치에서도 결국 김윤동을 올렸고, 김윤동이 에반스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며 힘든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경기 후 김기태 KIA 감독은 "선수의 이기려는 강한 의욕이 집중력 있는 수비로 이어졌다"며 경기 막판 호수비를 칭찬했다.
하지만 불안했던 불펜 때문에 김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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