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검사 받고 유방 잘라낸 여성 절반은 위험 유전자 없어"
美연구 "유전자검사 의미 무지·결과 잘못 해석 의사 적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유전자검사를 받고 양쪽 유방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은 여성의 절반 정도는 실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가 없어 수술할 필요가 없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운영 과학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 등에 따르면 스탠포드대학과 미시건대학 의대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의사들조차 유전자검사 결과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잘못 해석한 것 등을 이 같은 문제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 유전자를 발견하고 예방 차원에서 양쪽 유방 절제 수술에 이어 난소난관 절제술까지 받았다.
이후 유전자검사 가격이 내린 것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이 검사를 받고 절제수술을 받는 여성이 유행처럼 급증하고 있다.
앨리슨 커리언 스탠퍼드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 2천502명을 표본 추출해 유전자검사와 수술 여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 중에서 유전자검사를 받은 사람은 666명에 불과했으며, 검사받은 사람 중 유방암 발생 위험이 큰 변이 유전자(BRCA1, 2)를 지닌 사람은 59%였다.
또 유전자검사에서 변이 유전자가 발견됐지만 '의미가 불확실한 변이'(VUS)인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양쪽 유방 절제술을 받은 사람의 4분의 1은 유전자검사를 받거나 결과를 알기도 전에 그저 위험을 낮추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수술을 택했다.
VUS가 실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판명되는 일은 드물다. 커리언 교수는 따라서 "VUS를 암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입증된 BRCA1, 2와 동일시해서는 안되며 VUS변이를 지닌 사람은 정상과 유사하게 취급하도록 진료지침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팀이 유방절제수술 시행 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의사의 25~50%가 이 두 가지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질병 위험 요인을 찾으려는 유전자검사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그 의미와 결과 해석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며 많은 환자, 특히 의사들도 이를 오해하고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유전자검사를 받거나 수술 등 중요 결정을 하기에 앞서 환자와 의사 모두 잘 훈련된 유전자검사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 조사 결과 의사들의 유전자검사에 대한 이해도는 천차만별이었다.
또 유방암 진단 환자를 연간 51명 이상 치료한 경험이 있는 의사와 21명 미만 진료 의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경험이 적을수록 VUS 보유 여성을 BRCA1, 2 보유 여성과 동일시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경험 적은 의사일수록 양쪽 모두 절제하는 공격적 치료를 권고하는 비율이나 환자의 느낌에 따라 선택토록 하는 것을 안전한 선택으로 여기는 비율이 높았다.
반면 유전자검사 전문가와의 상의를 처방하거나, 수술 전에 검사를 받게 해 그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비율은 낮았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임상종양학저널'에 실렸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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