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권력형 부패수사 확대로 연금·노동 개혁 표류 가능성
각료·연방의원 등 수사 대상에 대거 포함…개혁법안 의회 표결 늦춰질 듯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사법 당국의 권력형 부패수사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 정부가 경제회생을 위해 추진 중인 개혁 작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정부 경제팀은 부패수사 확대로 연금·노동 부문 개혁법안들에 대한 의회 표결 절차가 예정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히키 메이렐리스 재무장관은 "연방의원 수십 명이 부패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정치권의 관심사가 온통 이 문제에 쏠릴 것"이라면서 "개혁법안 표결이 최소한 몇 주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렐리스 장관은 부패수사와 별개로 의회가 국가적 의제인 개혁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테메르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해결한다는 명분 아래 20년간 예산지출 규모를 실질적으로 동결하는 고강도 긴축 조치를 지난해 마련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연금·노동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달 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관으로 상파울루 시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 "연금개혁이 이뤄지면 경제가 성장세를 계속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브라질은 7년 후에 멈춰버릴 것"이라면서 "2024년까지는 연금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단일노조(CUT)를 비롯한 노동계는 "연금 체계를 무너뜨리고 노동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오는 28일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총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노조의 조합원을 합치면 1천만 명에 달한다.
한편,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수사의 대법원 주심 재판관인 에지손 파킨 대법관은 전날 현직 각료와 주지사, 상·하원 의원 등이 포함된 부패수사 대상자를 발표했다.
수사 대상에는 각료 8명과 주지사 3명, 상원의원 24명, 하원의원 42명 등 100명 가까운 유력 인사들이 포함됐다.
앞서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총장은 공금 유용과 불법선거자금 수수 등 혐의를 적용해 전직 대통령과 전·현직 각료, 상·하원의원 등에 대한 부패수사를 대법원에 요청했다.
브라질 현행법에 따르면 전·현직 대통령과 연방정부 각료, 상·하원 의원은 대법원에서만 재판을 받는다.
사법 당국은 2014년 3월 17일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수사를 벌여왔다.
사법 당국은 그동안 38단계에 걸쳐 부패수사를 벌여 260명을 기소했고 연방법원은 125명에게 유죄판결을 했다. 이들에게는 1천317년 21일의 징역형이 선고됐고, 100억 헤알(약 3조6천372억 원)에 대해 국고 환수 조처가 내려졌다.
여론은 부패수사 확대를 지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조사에서 응답자의 96%가 '무제한 부패수사'를 지지했다.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더라도 부패수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의견은 90%를 넘었다.
지난달 26일에는 주요 도시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한 반부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는 지난해 8월 말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 확정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다.
시위대는 부패수사 확대와 함께 범죄행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고위 정치인과 공직자 등 기득권층의 특권 철폐, 정치·사법 개혁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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