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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대신 철조망이 주인공이 된 동해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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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대신 철조망이 주인공이 된 동해안 사진

엄상빈 사진집 '또 하나의 경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사람들은 흔히 '동해안'이란 단어에서 아름다운 푸른 바다와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항구를 떠올린다.

그러나 사진작가 엄상빈(63)의 사진집 '또 하나의 경계'속 동해안 사진에서는 푸른 바다와 항구 대신 철조망이 주인공이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1986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봐왔던 동해안의 모습을 '우리동네 철조망'과 '한여름의 추억', '접근금지 구역' 등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눠 흑백 사진으로 기록했다.

작가는 "바닷가에 끊임없이 이어진 철조망은 그냥 철조망이 아니다"라며 "우리 현대사와 정치적 담론을 함축해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군사적 이유에서 1970년대 후반부터 설치되기 시작한 철조망은 주민들에게는 생활의 일부가 됐다. 철조망에 오징어나 빨래를 널어 말렸고 난간에 철조망을 두른 카페도 생겨났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정부는 철조망에 '자연보호'라고 적힌 팻말을 내걸어 철조망의 의미를 애써 감추려 하기도 했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지역 경제를 위한 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동해안의 철조망은 조금씩 걷히고는 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동안 여러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작가는 다른 작업들이 다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 된 데 비해 철조망만큼은 작업을 시작하던 30년 전과 변함없는 모습인데 안타까움을 느끼며 철조망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사진집 출간과 함께 1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강남의 스페이스22 갤러리에서 같은 이름의 전시회가 열린다.

눈빛 펴냄. 168쪽. 4만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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