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1954년 미국. 52세 레이 크락(마이클 키턴)은 전국을 돌며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파는 한물간 세일즈맨이다.
그는 서부 시골의 햄버거 가게에서 한꺼번에 믹서기 6대를 주문해오자, 미심쩍어하며 그 가게를 직접 찾는다. 그리고는 가게 앞 인파에 큰 충격을 받는다.
콜롬비아 픽처스 영화사에서 트럭 운전사로 일하던 이 햄버거 가게 주인들은 메뉴를 햄버거와 감자튀김, 탄산음료로 최소화했다. 가게가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황금 아치'를 세웠다.
가게는 효율적인 동선의 주방 작업대 앞에서 패티를 굽고, 빵 위에 피클 2개를 얻은 뒤 케첩과 머스타드 소스를 뿌리고, 포장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철저히 분업화해 주문 이후 30초만에 햄버거를 생산해내고 있었다. 당시로는 파격적인 이 시스템을 목격한 레이는 사업성을 직감하고, 주인인 맥도날드 형제에게 그들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제안한다.
영화 '파운더'는 세계적 프랜차이즈로 성장한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의 성장 과정을 그린다. 특히 "맥도날드의 설립자(파운더)는 맥도날드 형제인가, 아니면 맥도날드를 전국구로 키워 '제국'으로 만든 레이 크락인가"라는 질문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맥도날드 형제를 설득해 프렌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레이는 자신의 집을 담보로 똑같은 시스템을 갖춘 햄버거 가게를 차린다.
맥도날드 형제는 품질 관리가 어렵다며 빠른 점포 확장을 반대하지만, 레이는 교회의 십자가만큼이나 맥도날드의 황금 아치를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게 하겠다며 형제를 설득한다. 이후 남다른 사업수완을 발휘해 점주를 모집하고 미국 전역에 맥도날드를 퍼뜨린다.
이 과정에서 레이는 프랜차이즈로 돈을 버는 방법은 무조건적인 점포 확장이 아니라 점포가 들어서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레이는 전국의 부지를 사들여 재벌이 되고, 마지막에는 맥도날드 형제로부터 '맥도날드'라는 상표권마저 빼앗는다.
영화에서 레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자본금이 없었지만 남다른 사업수완과 배짱, 영악함, 냉혹함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그는 상표권을 빼앗기고 실의에 빠진 맥도날드 형제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재성이 아니라 끈기라고 역설하기도 한다.
50대 후반의 샐러리맨이 만년에 성공하는 모습은 흥미진진하지만, 편치만은 않다. 그의 성공신화를 롤모델로 삼기도 어렵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져가 해당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것이 남의 나라 사례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배트맨', '버드맨', '스포트라이트'의 연기파 배우 마이클 키턴이 레이 크락역을 맡아 명연기를 선보인다. 4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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