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이익 내고도 불안…성동조선 "수주 안되면 허사"
추가 수주 없으면 10월 일감 바닥, 도크 3개 중 2개 이미 가동중단·매각
(통영=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7년 만에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수주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11일 낮 경남 통영시 광도면 중형조선소 성동조선해양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이렇게 말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1조7천700여억원의 매출을 올려 3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채권단자율협약이 시작된 2010년 이후 꼭 7년 만의 일이다.
2014년 3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놀랄 만한 성과다.
하지만 이날 만난 성동조선 임직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조선소 분위기도 예전만 못했다.
지난해 선박 수주를 단 한 건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수주를 하지 못한다면 지금 건조 중인 선박이 마지막으로 인도되는 오는 10월쯤이면 일감이 완전히 바닥난다.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사이 대표적 중형조선소인 성동조선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다.
조선 불황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2014년 23억달러어치의 선박을 수주한 성동조선은 이후 2015년 2억4천만달러어치의 선박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선박 수주가 절벽에 부딪히면서 이미 3개의 도크 가운데 2개는 가동이 중단됐거나 매각됐다.
1도크는 올해초부터 가동을 멈췄다.
27만㎡에 달하는 3도크는 지난해말 가동을 멈춘 뒤 최근 현대산업개발에 1천107억 원에 매각됐다.
현대산업개발은 그곳에 액화천연가스(LNG)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다.
2도크에서는 그나마 근로자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1도크와 3도크엔 정적이 끊긴지 오래다.
군데군데 널려 있는 기자재들엔 녹슨 흔적이 역력하다.
수주가 돼 선박 건조작업이 진행되면 사용될 기자재들이지만 그 때가 언제일지 불투명하다.
2도크에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여기저기 각종 기자재가 널려 있었으나 지금은 텅 빈 공간이 많다.
일감이 많이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한 근로자는 "일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다들 불안해 하고 있다"라며 "수주가 안 되면 회사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불안해했다.
그는 "이미 많은 동료들이 희망퇴직이나 휴직에 들어간 상태"라며 "수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몰라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성동조선에 따르면 지난달 320여명이 1개월 이상의 휴직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에는 500여명이 1개월 이상 휴직에 들어갔다.
상황에 따라 휴직기간이 짧아질 수도,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선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그동안 3도크 매각에 이어 기숙사 110여 가구 매각을 진행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탓에 성동조선 근로자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기준 성동조선 직영근로자는 모두 1천460명으로 2010년 2천500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사내협력사 근로자들 역시 3천100명으로 7년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5년 8월 삼성중공업과 맺은 '경영협력협약'도 생산과 안전 등에서는 도움을 주고 있으나 정작 가장 시급한 선박 수주에는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동조선 근로자들은 정부가 직장을 잃게 되는 근로자들의 생계를 위해 전직훈련, 생계비 지원 등 다양한 시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 측은 수주활동에 모든 것을 건 상태다.
상반기 중 수주가 되지 않으면 회사의 존폐를 결정해야 할 처지라는 판단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현재로서는 일감이 바닥 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이후에 대해 이렇다할 대책을 세워놓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과는 달리 유동성 문제는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주가 안 되면 사정이 급변하게 된다.
회사 측 관계자는 "수주가 안 되고 일감이 바닥나면 근로자들에 대한 휴직 돌입 등 비상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추후 수주에 성공할 것에 대비해 어느 정도의 근로자들을 붙잡아둬야 할지도 솔직히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중형조선소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선박 수주 협상 문의가 최근 크게 늘어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