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공습은 한편의 '멋진 쇼'였나…시리아, 미리 알았을 수도
러시아, 시리아에 공격 정보 전달한 것으로 보여
(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미국의 시리아 공격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시리아가 공격당하기 전에 이미 이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은 시리아 주둔 러시아군의 피해를 막기 위해 공습 2시간 전에 러시아에 공격계획을 통보했으며 시리아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이런 공격계획을 시리아 정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미국의 이번 공격은 시리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근 잇따른 악재로 국내 정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황 반전을 위해 취한 한편의 '쇼'였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독트린은 CNN에 의해 쓰였다'라는 글에서 트럼프의 시리아 공격 결정의 타당성,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시리아 공격 효과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포린폴리시는 "러시아는 다시 공격 정보를 시리아 친구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면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59발 쏘았는데도 시리아군 사망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런 분석이 맞는다면 이번 공격은 미국, 러시아, 시리아가 서로 아는 상태에서 행해진 과시용 무력행사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이번 공격은 시리아 사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전임 오바마 정권이나 트럼프의 과거 언행과도 배치되는 것이어서 미국 내부에서조차 트럼프 정부의 시리아 정책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논란이 분분해지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 석학 폴 크루그먼은 11일 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 '홍보용 묘기는 정책이 아니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이 "홍보용 쇼"라며 "이는 결코 현실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대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격은 '반(反) 이민' 행정명령 무산, 러시아와의 내통설, '오바마 케어'(건강보험법) 폐기 실패 등으로 초래된 지지율 하락, 정부 무능 및 마비에 대한 비판을 만회하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위험천만한 쇼였다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듯 공습 후에도 미국의 시리아 정책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아사드가 있는 한 평화는 없다. 시리아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미국의 정책이 아사드 축출로 바뀐 것처럼 시사했다.
그러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미군의 군사적 태세에 변화가 없다며, 우선순위는 여전히 IS 격퇴라고 말했다. 또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정치적 곤경 탈피라는 당장의 목표는 이룬 것으로 보인다.
톰 코튼(공화당 아칸소) 상원의원은 "시리아 공습으로 미국이 신뢰를 회복했다"고 그를 공개 칭찬했고, 미국인의 51%는 시리아 공습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습 효과에 의구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 적지 않다.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시리아 알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은 이튿날 다시 운용되기 시작했다. 공습 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 기지에서 시리아 전투기가 출격해 인근 반군들을 공격한 것이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시리아 문제를 무력이 아닌 정치력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공격으로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졌다고 규탄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에는 시리아 공습이 일회성 작전인지 대외정책 기조 변화의 신호탄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을 무력으로 공격했으면 당연히 국민, 의회, 국제사회에 다음 단계의 조치 등 포괄적 시리아 전략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7일 공격 후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원칙과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는 "경직된 이데올로기를 거부할 것"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 "내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말하고 싶지 않다" 등의 발언으로 예측 불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이와 관련, 미 정부가 내놓은 설명은 대통령이 화학무기 희생자들의 끔찍한 피해 상황을 보고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뿐이었다면서 "트럼프 독트린이란 대통령이 TV에서 무언가 보고 속상할 때마다 미국은 무력을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비꼬았다.
크루그먼은 "진정한 리더십은 세계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지속적 정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이라며 "며칠 간의 우호적 보도를 노린 홍보 묘기는 미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림으로써 미국을 더 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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