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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조선 선비들 문경새재 좋아하고 낙지는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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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조선 선비들 문경새재 좋아하고 낙지는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공시족'이 28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로 생기는 손실은 17조 원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 실업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합격률은 고작 1.8% 안팎이다.






시험일이 다가오면 공시족 불안 심리는 최고조에 이른다.

운수도 당락 변수라고 생각하기에 징크스도 많다.

머리카락과 손톱을 깎지 않고 미역국을 피하는 이유다.

이런 금기는 과거제가 생긴 이후 줄곧 이어졌다.

과거제는 고려 때인 958년 본격 시행돼 조선에서 절정을 이룬다.

유교를 국교처럼 숭상한 결과다.






과거제 경쟁은 지금보다 더 치열했다.

조선 정조 때 합격률은 0.07%에 그쳤다.

시험 징크스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가장 꺼리는 글자는 '낙'(落)이었다.

'낙'자를 안 쓰려고 친구끼리 벌칙도 만든다.

실수해서 '낙'자가 들어간 말을 하면 몰매를 맞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낙지 반찬을 본 유생이 "입지를 먹어도 되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낙방하지 않고 입신하겠다는 바람에서 낙자 대신 입자를 쓴 것이다.

낙지 자체를 아예 멀리하기도 했다






경북 문경새재는 영남 유생에게 인기가 가장 높았다.

문경(聞慶)이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 곳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양호한 치안도 선호 이유다.

군사들이 늘 주둔한 덕에 범죄 위험이 낮았다.

영남과 서울을 잇는 최단거리 고갯길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이곳 주막에서는 숙식도 가능했다.

술이나 밥 값을 지불하면 숙박료는 면제다.

손님이 떠날 때 주인은 관광하고 오라는 덕담을 건넨다.

장원급제하라는 주문이다.

수석 합격자는 시험 당일 임금을 만나는 관광 특권을 누린다.

빛은 왕을 상징하므로 임금 대면이 관광이다.

일부 호남 선비도 먼 길을 돌아 문경새재를 넘었다고 한다.

경사스러운 기운을 받기 위해서다.

죽령과 추풍령도 한강과 영남을 이었으나 철저히 외면당했다.

죽령은 죽죽 미끄러지고, 추풍령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어감 탓이다.

미역국 먹으면 미끄러져 불합격한다는 요즘 징크스와 닮았다.






간절한 합격 기원 심리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었다.

시험 징크스를 없애려면 실업난 해소가 우선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해지면 낙지와 미역은 공시족 보양 음식이 된다.

추풍령과 죽령은 진정한 관광코스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had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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