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스, 마스터스 12번 홀 '또 악몽'…"기이하다"(종합)
"거리 조절 실패 탓…아직 큰 경기 많이 남았다" 각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2017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까지만 해도 조던 스피스(미국)는 1년 전의 악몽을 극복하는 듯이 보였다.
지난해 '대참사'가 나온 12번 홀(파3)에서 1∼3라운드 사흘 연속으로 파를 적어내며 무난하게 넘겼다.
스피스는 1년 전 12번 홀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다.
그는 지난해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5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12번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적어내 우승에서 멀어졌다.
두 번이나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트리면서 4타를 잃는 바람에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우승을 넘겼다.
골프 역사에서 손꼽힐 만한 최악의 역전패였다.
1년 후, 스피스는 역전승을 노렸다.
그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를 공동 4위(4언더파 212타) 자리에서 출발했다.
공동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스코어로, 충분히 역전을 노릴 만했다.
스피스는 이날 11번 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4개를 적어내 중간합계 1언더파를 달리고 있었다.
스피스의 12번 홀 티샷은 그린 가장자리에 떨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공은 경사를 넘지 못하고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결국 공은 그린 아래에 있는 개울인 '래스 크릭'(Rae's Creek) 안으로 빠졌다.
2년 연속으로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 12번 홀에서 공을 워터해저드에 빠트린 것이다.
스피스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드롭 후 친 샷이 그린에 정상적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스피스는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나은 결과다.
스피스는 지난해에는 같은 상황에서 드롭 후 친 샷도 물에 빠지는 바람에 쿼드러플보기로 이어졌다.
스피스는 이날 12번 홀 더블보기 이후 오히려 더욱 침착해진 모습을 보였다.
14번 홀(파4)에서 보기를 쳤지만, 이후 15번 홀(파5)과 16번 홀(파3),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냈다.
스피스의 이날 3오버파 75타를 치고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러나 12번 홀 아쉬움을 지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스피스는 지난해 말 오거스타를 찾아 12번 홀 트라우마 극복 연습을 하기도 했다.
당시 스피스는 12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고 작심한 듯 과장된 세리머니를 펼쳤다고 한다.
하지만 실전에서 완벽히 복수하려면 내년까지 다시 기다려야 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피스는 경기 후 결과에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조금 기이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스피스는 마스터스에서 유독 시련과 극복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서 스피스는 매 라운드 드라마를 썼다.
1라운드에서는 15번 홀(파5)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흔들려 3오버파 75타를 적어냈다.
스피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2·3라운드에서 각각 3언더파 69타, 4언더파 68타를 기록해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마지막 날 뜻하지 않은 시련을 또 겪었다.
스피스는 2015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해 그린재킷을 입은 주인공이었기에 실망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스피스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부진한 이유가 '거리 조절의 실패'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주 나쁘게 치지는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공이 내가 생각한 곳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샷의 거리감이 5 대 5 확률의 '동전 던지기'처럼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스윙은 좋았다. 이점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지금까지 내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한 스윙 중 가장 자유로웠다"고 강조했다.
스피스는 "경기를 언더파로 마쳐서 매우 기쁘다"며 긍정적으로 마음을 가다듬고는 "아직 큰 경기들이 많이 남았다"며 실망감에 젖어 침체돼 있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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