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드디어 뭍에 오른다…마지막 운명의 '30m'
"거리 짧지만 초보운전자 주차할 때처럼 몇 번 왔다갔다 할 것"
(목포=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짧지 않은 준비 기간을 마치고 9일 드디어 세월호 선체를 목포 신항에 정박 중인 반잠수식 선박에서 꺼내 철재부두 위로 올려놓는다.
특수운송장비 모듈 트랜스포터(Module transporter: MT) 600대를 동원해 9일 정오 이후 만조 때를 기다려 본격적인 운송작전을 시작할 방침이다.
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월호 육상 운송은 세월호가 실려 있는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 호 선장의 최종 '하역' 동의와 함께 시작된다.
세월호가 화이트 마린에 실려 있었으니 배에서 내리는 것은 선장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게다가 세월호를 안전하게 육상으로 옮기려면 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고 이를 위해 배 갑판과 부두의 높이를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데, 이때 선장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잠수선은 평형 유지 기능을 조절하면서 배의 수위를 조정할 수 있으며 만조 때가 균형을 유지하기가 가장 쉽다.
선장은 바람과 파도 등 기상 요인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나서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순간 세월호 운송에 동의한다.
철재부두 내 세월호 거치장소는 현재 위치에서 직선거리로 겨우 30m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월호를 짊어진 MT는 거북이걸음으로 조심조심 선체를 옮겨야 한다.
세월호가 좌현 쪽으로 누우면서 하중이 객실부인 오른쪽으로 치우친 상태라 운송 과정에서 선체가 MT에서 떨어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선체가 침몰 과정에서 부서지고 이후 3년간 바닷물 속에서 부식돼 구조적으로 매우 약한 상태여서 운송 때 진동 등으로 파손될 수도 있다.
특히 뱃머리 부분 바닥에는 중심에서 좌현 방향으로 갈고리에 긁힌 것처럼 길게 두 줄로 패인 균열도 있다.
이는 바닷속에 있는 세월호 선체 밑에 리프팅빔을 깔기 위해 선수 부분을 와이어로 들어 올릴 때 와이어가 파고들면서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세월호를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MT 행렬이 초보운전 차량이 주차할 때 앞뒤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부두 안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최적의 동선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며 "직선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제자리를 찾아가기까지 길게는 하루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계획보다 육상 이동 경로가 다소 복잡해진 것도 변수다.
원래는 세월호 객실부가 있는 쪽이 바다를 바라보는 모양으로 거치될 예정이었지만 유가족 등의 요청으로 객실부가 부두 안쪽을 향하도록 변경됐다.
여기에다 세월호를 옮기는 동시에 반잠수선 갑판 위에 남은 3개의 선체 받침대도 떼어다 지게차로 세월호 거치장소까지 날라야 한다.
받침대를 다시 고정하면 세월호는 반잠수선 위에 있던 모양 그대로 받침대 위에 올라갈 예정이다.
세월호를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MT가 모두 빠져나오면 육상 운송이 마무리된다.
10일까지는 세월호를 받침대에 완전히 고정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이후 세월호 인근에 유류품 분류실과 세척실, 건조실, 안치실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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