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시리아에 묻힌 '역사적 담판'…24시간 탐색전 거듭
시진핑 초대하고 시리아 때린 트럼프…백악관 "전세계를 향한 강력한 신호" 경고
단독회담·공동회견도 없이 헤어져…서로 의중만 파악하고 헤어진듯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미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지 석 달 만에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처음으로 대좌했지만 '시리아'에 묻혔다.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양국 정상이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 문제 및 세계 무역 기조와 관련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세계인의 시선이 쏠렸지만, 결국 1라운드는 탐색전에 치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현지시간) 오후 플로리다 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마무리가 된 1박2일간의 '24시간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단독회담도, 공동 기자회견도 생략한 채 싱겁게 막을 내렸다.
전날 공식 만찬과 이날 확대회담(배석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집단 회담)에 이은 업무 오찬만 소화하고 시 주석은 중국행 비행기를 탔다.
통상 정상 간 단독회담은 정상 간 비공식 접촉과 확대회담을 통해 의제가 조율돼야만 열린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은 주요 현안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를 노출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동회견의 경우 발표한 합의문이 없을 경우 종종 생략되는 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이번 첫 만남을 통해 각자 원하는 의견을 상대방에 전달하고 상대방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을 끌어온 북핵 문제나 양국의 첨예한 이해가 걸린 통상 마찰이 사실 단 한 차례 회동으로 뾰족한 해법을 얻기 힘든 난제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백악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24시간 정상회담은 대부분 상견례 형식이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회담은 미국의 갑작스러운 시리아 공격으로 시선을 끄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번 회담에 그늘을 드리웠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라이벌인 시 주석을 불러놓은 자리에서 다른 나라에 군사 행동을 취하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공식 만찬이 끝날 무렵 공격 지시를 내린 사실을 시 주석에 귀띔해준 것으로 알려져 여러 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트럼프가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가시적 조치를 미뤄온 중국에 대한 완곡하고도 우회적인 경고를 시 주석의 면전에서 내어놓음으로써 '극적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두 정상이 회담 후 내놓은 평가 발언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에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고 했고, 시 주석은 "중미 관계에 유례없이 중요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구체적인 결과물이 없을 때 나오는 '외교적 수사'일 가능성이 크지만, 외부로 공개할 수 없는 일정 수준의 의견 접근이 있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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