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전 선방' 김정미 "심리전 통해…PK 연습이 신의 한수"
한국 선수들, 무승부 후 "여자 축구의 미래를 지켜냈다"
(평양 공동취재단=연합뉴스) '평양 원정'에서 전반 초반 상대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한 골키퍼 김정미(인천현대제철)가 자신의 선방 비결을 소개했다.
7일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예선 B조 두 번째 경기 남북 전에서는 경기 전 한국 선수들이 "지지 말자"고 외치자 북한 선수들이 "죽고 나오자"며 맞받아치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한국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매서운 공세를 편 북한에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맏언니' 김정미가 상대 키커 위정심이 왼쪽으로 낮게 깔아 찬 공을 몸을 던져 잡아내는 선방을 펼쳤다.
페널티킥을 막아낸 김정미가 이어 공을 잡다가 북한 선수와 충돌해 가볍게 다쳤고, 이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간 시비가 붙기도 했다.
김정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페널티킥 때 상대 선수에게 '어디로 찰 거냐, 왼쪽으로 찰 거지'하고 작게 말을 걸며 나름 심리전을 걸었는데 통한 것 같다"면서 "전날 페널티킥을 막는 연습을 한 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미는 이어 "실점 후 선수들에게 '괜찮다'고 얘기했다"면서 "동점골을 넣은 뒤 선수들 눈에서 빛이 났고, 최전방 공격수까지 수비로 내려와 온 힘을 다해 뛰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김정미의 선방에도 전반 추가시간 한 골을 먼저 내줬던 한국은 후반 30분 차세대 공격수 장슬기(인천현대제철)가 동점골을 넣으며 1-1로 비겼다.
장슬기는 "신경전도 심했고 북한의 응원 소리도 예상보다 커 경기장에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였다. 소음 대비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면서 "북한 관중이 우리를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날 친구인 이금민(서울시청)의 생일이었는데, 골을 넣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공격을 이끈 지소연(첼시 레이디스)은 "끝까지 버텨준 동료들이 너무 자랑스럽다"면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무승부 역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여자 대표팀은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지소연은 "앞으로 두 경기가 더 남은 만큼, 끝까지 방심하지 않겠다"면서 "착실히 준비해 본선에 꼭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열세가 예상됐던 북한전을 무승부로 마무리한 한국 선수들은 "여자 축구의 미래를 지켜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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