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열매·씨앗…동양화가 김보희가 해석한 자연
학고재갤러리에서 30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동양화가 김보희(65) 이화여대 교수는 자연을 화폭에 담아왔다. 20대 때 경기도 양수리에 있는 이모집 근처 풍경을 그린 것이 시작이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도하고, 상상한 풍경을 그리기도 한다.
작가는 최근에는 자연의 근원이자 새로운 생명의 상징인 씨앗과 열매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김 교수의 개인전 '자연이 되는 꿈'에서는 자연 풍경을 소재로 한 구작과 씨앗과 열매를 그린 신작을 모두 만날 수 있다.
구작 17점을 모은 신관에는 가로 40m, 세로 14.6m 크기의 대형 작품 '그날들'이 걸렸다. 가로 1.6m, 세로 1.3m 크기의 캔버스 27점으로 구성된 그림은 강렬한 녹색을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식물들로 무성한 숲에 새와 거북이, 원숭이 등 동물들을 더해 만들어낸 '상상 속 정원'이다. 인간이 생기기 전 이전의 자연 모습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은 사실과 환상이 묘하게 뒤섞였다.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1844∼1910)의 그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본관에는 신작 19점이 걸렸다. 화면을 가득 채웠던 구작과는 달리 배경 없이 씨앗과 열매 하나를 크게 확대하고 여백을 살려 대상에 시선을 집중하도록 한 작품들이 주류다. 씨앗과 열매 역시 실재하는 것도 있고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도 있다.
10여 년 전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작가는 제주의 풍경도 즐겨 그린다. 이번 전시에서도 제주 집 앞 정원의 모습 등 제주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동양화가지만 한국화의 채색 기법을 기반으로 한지 대신 캔버스를 쓰기도 하고 아크릴이나 바니시 같은 서양화 재료도 이용하면서 독특한 화법을 구축했다.
8월 정년퇴직을 앞둔 작가는 "그동안 서울 학교와 제주의 집을 오가느라 놓쳤던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들을마음껏 볼 수 있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전시는 3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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