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아 "북한 선수와 다음엔 꼭 어깨동무하고 싶어요"
역사적인 남북대결 마친 '태극낭자들', 남다른 소감 밝혀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표정이 무서워서 차마 어깨동무를 못 했어요. 그런데 다음에 만나면 꼭 어깨동무하고 싶어요."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에이스 박종아(21)는 역사적인 남북 대결을 마친 뒤 북한 선수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했다.
새러 머리(29·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2 그룹A(4부리그) 대회 북한과 4차전에서 3-0(2-0 1-0 0-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대회 4전 전승을 달리며 우승으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었다. 과거에는 북한에 0-10으로 참패하는 등 적수가 되지 못했던 한국은 최근 2번의 맞대결에서는 모두 완승했다.
북한은 3패(1연장승)째를 당하며 5부 리그 강등 위기에 몰렸다.
유엔(UN)이 정한 '스포츠 평화의 날'에 열린 경기라 의미는 더욱 컸다. 르네 파젤 IIHF 회장이 경기 시작 기념행사를 했고, 경기 뒤에는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 등 관계자들이 남북 선수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남북 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성사된 남북 대결과 경기 후에 남과 북이 하나로 섞여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에 해외 언론에서도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였다.
겉보기에는 감동적인 장면이었으나 일부 북한 선수들은 패배의 아픔에 눈물을 쏟았다. 침통한 표정을 짓는 북한 선수들을 의식해 한국 선수들도 특별한 포즈를 취하진 않았다.
박종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념촬영 때 북한 선수들이 옆에 있었는데, 표정이 무서워서 어깨동무할 수 없었다"며 "다음에 만난다면 꼭 어깨동무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이 두 번째 국제대회 출전인 '막내' 이은지(16)는 첫 남북 대결이 신기한 듯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까지는 체격이 큰 서구 선수들과 경기했는데, 이번에는 체격이 비슷하고, 생김새도 비슷한 선수들과 뛰어서 신기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고향에서 골맛을 본 박예은(21)도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북한과 대결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고 했다.
그는 "작년 세계선수권에서 만났을 때는 대화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한두 마디라도 하면서 친근했던 것 같다"며 "우리가 호주전을 앞두고 있었는데, 북한 코치님이 게임 잘 뛰라고 말해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북한이 끝나고 어울려서 사진 촬영을 한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작년에 경기를 해봤지만 이번에 다시 만나게 돼서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18년 차인 '맏언니' 이규선(33)은 상대적으로 담담했다.
그는 "북한이라고 특별히 다르진 않았다. 예전에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경기했고, 우리는 수비만 했었는데 이젠 확실히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향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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