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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물 유전자 가진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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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생물 유전자 가진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

국제연구진, 오스트리아 하수처리장서 신종 바이러스 발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생물이 아니지만, 아메바 등 다른 생물의 유전자를 다수 가져와 마치 생물 같은 기능을 갖게 된 '프랑켄슈타인'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숙주가 있어야만 증식하는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가져온 유전자로 인해 생물과 유사한 유전체계를 지니게 된 것이다.

프레데릭 슐츠 미국 에너지부(DOE) 조인트게놈연구소(JGI) 박사(1저자 겸 공동교신저자)와 이태권 오스트리아 빈(Vienna)대 연구원(공저자·現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진은 입자가 300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정도인 이런 바이러스를 찾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7일 자에 발표했다.


이번에 연구진이 신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곳은 오스트리아의 한 하수처리장이다. 바이러스를 직접 검측·분리한 이태권 교수는 "하수처리장이 있는 클로스터노이부르크(Klosterneuburg)의 지명을 따 바이러스의 이름을 '클로스노바이러스'(Klosneuvirus)로 붙였다"며 "바이러스의 유전체 크기는 1.57Mb(메가베이스·1Mb=100만 염기쌍)로 세포 안에 기생하는 세균의 일반적인 유전체 크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바이러스에서는 다른 바이러스에서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유전자가 724개나 발견됐는데, 아메바나 조류 등 다른 단세포생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바이러스가 숙주인 단세포생물 안에 있을 때 이들의 유전자를 훔쳐와 자신의 유전자로 삼았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여러 유전자를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이 바이러스는 생물이 가진 '번역시스템'(translational system)을 완벽히 갖추게 됐다. 번역시스템은 유전물질(DNA)의 '복사본'인 RNA에서 단백질을 만들 때 필요한 요소를 통칭하는데, 이 바이러스의 경우 단백질의 단위체인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는 25개의 tRNA와 이를 합성하는 19개의 핵심 tRNA 합성효소(synthetases) 등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 발견된 '판도라바이러스'(Pandoravirus)는 유전체 크기가 3Mb가량이라도 번역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은데, 이보다 적은 유전체를 가지면서도 완전한 번역시스템을 갖춘 바이러스의 존재가 이번에 최초로 보고된 것이다.

이태권 교수는 "숙주 속에서 효과적인 번식을 위해 이런 번역시스템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환경유전체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7천 건의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클로스노바이러스와 유사성을 가진 자이언트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존재함을 확인했다. '인디바이러스'(Indivirus), '카토바이러스'(Catovirus), '호코바이러스'(Hokovirus) 등이 대표 사례로, 이들의 유전체 크기는 각각 0.86Mb, 1.53Mb, 1.33Mb다.

이렇게 세균과 유전체 크기가 맞먹는 자이언트 바이러스들이 잇따라 보고되며 학계에서는 이들이 기존 계통 분류에 없는 새로운 영역(Domain)에 속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생물의 계통은 1977년 생물학자 칼 우즈의 제안에 따라 세균(Bacteria)·고세균(Archaea)·진핵생물(Eukarya)의 3개 영역으로 나뉜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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