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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상 국제표기명칭대사 "동해 병기는 인내심 필요한 이슈"

"100대 지도제작사 절반이 병기…IHO총회서 당위성 알릴 것"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국민의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고,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동해 병기는 인내심이 필요한 이슈입니다."

동북아역사재단(외교부 파견)에서 동해 표기 업무를 전담하는 유의상 국제표기명칭대사는 한국 정부의 '동해 병기' 쟁취 선봉장으로 불린다. 오는 24∼28일 모나코에서 열리는 제19차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도 한국을 대표해 참가할 예정이다.

유 대사는 총회를 앞두고 각국을 돌며 막바지 외교전을 펼치기 위해 6일 출국에 앞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총회의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일본에 전략을 노출하는 것이라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이번 총회를 마치 한일 간 대결의 장으로 생각해 성과를 못 올리면 우리가 지고, 올리면 이기는 승패 싸움으로 여기고 사생결단식으로 달려들 것을 주문하지만, 총회는 싸움장이 아니고 87개 회원국에 동해 병기의 당위성을 알리는 자리"라고 부연했다. 일본도 치밀한 외교력으로 단독 표기에 노력하고 있기에 하루아침에 동해 병기를 쟁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총회를 앞두고 IHO에 대한 관심도 점차 고조되고 있다. 1921년 설립된 이 국제기구는 남부 유럽 모나코에 본부를 두고 있다. 수로 업무 및 해상안전에 관한 상호협력, 수로 자료 표준화 등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특히 세계의 바다 명칭을 결정하는 근거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라는 해도집을 발간한다.

이 해도집은 1929년 초판이 발간됐다. 당시 한국의 국권을 침탈한 일본은 양국 사이의 바다를 오래전부터 사용한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로 단독 표기했다. 1953년까지 이 해도집은 3차례 개정됐지만 '일본해'는 바뀌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와 8·15 해방, 정부수립, 6·25 전쟁 등 격동의 현대사를 겪은 한국은 IHO의 존재나 5년마다 열리는 총회에 관해 관심을 두지 못하다 지난 1997년 제15차 총회 때부터 일본해 단독표기를 문제삼기 시작했고 2002년, 2007년, 2012년 총회 때에도 동해 병기를 요구했다. 반면 일본은 초판에 표기한 대로 '일본해'를 표기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IHO는 이 해도집에서 시급하게 고쳐야 할 것들이 많음에도 동해 표기를 둘러싼 한일 간 외교전 때문에 1953년 이후 64년이 지나도록 개정판(4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IHO 회원국들은 S-23 개정과 관련해 동해 표기 문제를 빼고는 다른 쟁점들은 대부분 논의를 마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 대사는 "1997년 문제 제기 이후 민관이 노력해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 영국 돌링 킨더슬리와 더타임스를 비롯해 전 세계 100대 지도제작사 절반 이상이 동해 병기를 채택했다. 큰 진전을 이룬 것"이라며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번 총회에서도 논의의 불씨를 계속 살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 대사와의 일문일답.

--제19차 총회의 주요 안건은 무엇인가.

▲사무총장, 국장을 선출한다. 회원국들이 제안한 의제(대부분 기술적 사안)를 검토하고, 2018∼2020년 작업 계획 등을 논의한다. 이와 함께 S-23 개정 문제도 의제 중 하나다.

--총회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이번 총회는 지난해 11월 협약개정을 위한 의정서(Protocol of Amendments to the Convention on the IHO) 발효 이후 처음 열리는 제1차 총회다. 새롭게 출발하는 총회, 이사회와 사무국 체제를 발족하는 데 있어 산적한 과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동해 병기도 포함돼 있다. 협약개정에 따라 새로이 구성된 이사회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 총회는 올해부터 3년 주기로 열릴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참석하나.

▲아직 우리 대표단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외교부·해양수산부(국립해양조사원)·국방부(해군) 등 정부 관리와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총회 준비를 진행했다. 일본에서는 해상보안청 수로국, 일본수로협회 등의 인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총회에 임하는 각오는.

▲총회에서는 주로 수로 관련 기술적 사안들에 관한 토의를 해왔다. 그러나 1997년 한국이 동해 병기 문제를 제기하고, 이후 S-23 개정판 발간을 요구하면서 우리에게 중요한 회의로 인식됐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준비했다.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우리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일본도 총력전이 예상되는데.

▲일본은 지금까지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유일하게 확립된 명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거 중 하나가 S-23를 들고 있다. 이번에도 단독표기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1997년부터 20년간 관련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본의 비타협적인 태도로 S-23 개정판 발간에 실패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우리 정부가 지난 2월 동해 홍보 영상을 제작해 공개한 것에 대해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따라서 일본은 이번 총회에서 S-23 개정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도록 훼방을 놓을 것으로 본다.

--동해 병기 문제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지금까지 해온 대로 정부, 동북아역사재단 등 유관기관, 반크 등 국내외 시민단체가 계속 힘을 모아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이 명칭이 세계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일본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기에 우리의 노력은 창의적이고 치밀해질 필요가 있다.

--동해 병기 또는 단독표기가 늘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각국 정부·국제기구·민간지도제작사·언론 등을 대상으로 전 방위적 시정 노력을 전개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동해 표기에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울러, 1997년 이후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한 IHO 회원국 및 국제사회의 인식 또한 제고되었다. 그 결과 세계 주요 지도제작사,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동해 병기 확산 성과가 상당히 축적됐다. 특히 2014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동해 병기 입법은 커다란 성과 중의 하나다. 버지니아주 입법 이후 새로이 발간되는 대부분의 미국의 지리, 역사 과목 교과서에는 동해가 일본해와 함께 병기되고 있다. 이는 재미동포들이 얻은 노력의 결실이다.



유 대사는 1981년 제15회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관이 된 후 외교부 동북아1과장(일본담당), 주영국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 등을 지냈다. 2016년 한일청구권협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저서로는 '대일외교의 명분과 실리', '13년 8개월의 대일협상' 등이 있다. 국제표기명칭대사는 독도, 동해 등 지명표기와 관련, 국제기구·해외 정부기관·지도제작사 등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고 교섭하는 동시에 주요 국제학술회의도 참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교섭활동 시 원활한 업무수행, 교섭효과 극대화 측면에서 외교적 경험이 풍부한 현직 고위 외무공무원이 직책을 맡고 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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