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는 정말 냉혹한 사람이었나…또다른 잡스 자서전 출간
'비커밍 스티브 잡스'…월터 아이작슨 책 비판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11년 세상을 떠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세계 정보기술(IT)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따라다닌다.
여기에는 잡스 사후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자서전 '스티브 잡스'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자서전에 묘사된 잡스는 괴팍하고 신경질적이며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자서전을 바탕으로 2015년 개봉한 동명 영화 역시 잡스를 냉혹한 성격의 소유자로 그렸다.
그러나 잡스의 새로운 자서전임을 주장하는 '비커밍 스티브 잡스'(Becoming Steve Jobs. 스티브 잡스 되기. 혜윰 펴냄)는 잡스가 사실은 유머가 넘치고 팀워크를 중시한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새 자서전을 쓴 사람은 잡스의 곁에서 25년간 함께 해온 전기 작가 브렌트 슐렌더다. 그는 미국 잡지 포츈의 부편집장을 지낸 릭 테트젤리와 함께 쓴 책에서 잡스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자신이 경험한 잡스와는 일치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잡스 사후 간접 경험 위주의 기사와 책, 영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고 이들 대부분은 1980년대 잡스가 가장 버릇없고 무절제한 상태였을 때 형성된 정형화된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잡스에 대한 근거 없는 오래된 이야기들을 되풀이해 들려줬다는 것이다.
저자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예전 취재 노트와 녹음테이프, 파일 등을 찾아보며 그에 대해 더욱 완전한 그림을 제시해 깊이 이해하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서전을 쓰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책은 잡스의 애플 동료들을 인용하는 식으로 아이작슨의 책을 비판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암과 투병하는 잡스에게 자신이 간 기증을 제안하자 잡스가 화를 내며 거절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아이작슨의 책은 스티브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것 같다. 그의 인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책"이라고 주장했다.
"그 책은 이미 글로 알려진 다수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재탕해놓고 그의 인성의 사소한 부분들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걸 읽은 독자들은 스티브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병적으로 자기중심적이라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중략) 부드러운 면모, 배려하는 면모, 감성적인 면모, 어느 게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스티브에게는 그런 게 많았어요. 그런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이었어요."(602∼605쪽)
2015년 미국에서 이 책이 출간됐을 당시 쿡 외에도 애플의 소프트웨어 담당 CEO인 에디 큐 역시 이 책을 "잡스를 가장 잘 묘사한 자서전"으로 평가하는 등 동료들의 호평을 받았다.
2011년 아이작슨의 자서전을 번역했던 안진환 씨가 이번에도 번역을 맡았다. 672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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