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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집권 막아온 '공화국 전선' 이번 대선서도 작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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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집권 막아온 '공화국 전선' 이번 대선서도 작동할까

르펜이 마크롱보다 고정지지층 탄탄…'공화국 전선' 위기의식

르펜, 좌우 양쪽서 공세…마크롱 "르펜은 공동의 적" 결집 호소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아온 좌·우·중도파의 정치연대인 '공화국 전선'이 이번 대선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채 2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극우 후보인 마린 르펜(48)의 집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표면적으로 지지도가 높게 나오고는 있지만, 고정 지지층이 여전히 엷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국민전선(FN)의 르펜은 강력한 진성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어 막상 결선투표함의 뚜껑을 열어보면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마크롱은 르펜을 공동의 적으로 삼아 극우를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이 강력히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율보다 고정지지층 더 중요"…마크롱, 열성지지층 엷은 것 최대 단점

최근 프랑스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르펜과 마크롱이 1차투표에서 1∼2%포인트의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차지해 2차투표에 진출한 뒤, 결선에서 마크롱이 르펜을 최소 60대 40으로 누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는 단순 지지율일 뿐, 실제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대선 결과를 예상하는 투자자들이나 정치 분석가들은 투표의향 또는 지지율이 아니라 르펜과 마크롱의 고정 지지층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대선 결과를 가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본다.

고정지지층이 엷다는 것이 최대 단점으로 지적된 마크롱은 최근 들어 지지기반이 다소 단단해지기는 했지만, 대선 후보들 가운데 핵심 지지층이 탄탄한 르펜에게는 크게 못 미친다.

여론조사기관 BVA의 지난 1일자 조사 결과를 보면, 마크롱의 고정 지지층은 63%지만, 르펜의 지지자 중 고정 지지층은 81%로 나타났다.

대선의 향배를 가를 부동표(浮動票)가 여전히 많은 것도 지지기반이 취약한 마크롱에게는 크게 불리한 요소다.




여론조사기관 퓌디시알과 이포프의 3일자 조사를 보면, 대선이 채 20일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층이 지난 대선의 20%에 비해 크게 높은 34%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의 세르주 갈람 교수의 분석 결과, 결선에서 르펜 지지자의 90%가 투표를 하고 마크롱 지지자의 65%가 투표한다고 가정하면 르펜이 50.07%의 득표율로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마크롱의 최대 단점인 진성 지지층이 엷은 문제가 결선투표에서 패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낮은 투표율의 문제는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나 미국 대선에서도 현재의 결과가 나오게 된 핵심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기에, 위기감은 더하다.



◇좌파유권자, 마크롱 기득권세력으로 여겨…르펜 '공화국전선' 균열 공략

기권하겠다는 유권자가 많은 것은 프랑스 시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의 수준을 반영하는 것으로 마크롱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마크롱은 기상 양대정당(사회당과 공화당) 출신이 아니라 중도계열의 신당을 창당해 대선 후보로 나선 '젊은 피'이긴 하지만, 많은 유권자가 그를 명문대 출신에 고액연봉의 은행가와 장관을 거친 기득권층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좌파성향 유권자 중에서는 마크롱의 화려한 학력·경력 등 이른바 '스펙'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더해 마크롱의 친(親)기업성향과 그가 각종 규제 완화와 노동개혁을 주장하는 것 또한 좌파유권자들이 결선에서 르펜 대신 그에게 표를 주는데 주저하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에서 극우의 집권을 막아온 전통적인 '공화국 전선'의 작동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공화국 전선이란 극우의 집권을 막기 위해 극우를 제외한 제반 정치세력이 연합해 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이 2002년 대선에서 집권하지 못한 것도 공화국 전선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장마리 르펜은 당시 대선에서 극우 후보로는 처음으로 결선투표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우파 후보 자크 시라크와 맞붙어 패배했다. 결선에서 중도·좌파 유권자들이 시라크에게 몰표를 주는 바람에 장마리 르펜의 득표율은 20%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1차투표에서 자신이 민 후보가 결선에 오르지 못하면 투표를 아예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많아 상황이 다르다. 르펜은 바로 이런 '공화국 전선'의 균열을 파고들고 있다.







◇마크롱, 양대정당 후보들에 섭섭함 표시…"공동의 적에 맞서야"

국민전선은 1차투표가 끝나면 중산층 가정 배경에 정치엘리트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하고 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직장생활을 한 마크롱의 이력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마크롱이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점도 집중적으로 공격해 '실패한 좌파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는 계획이다.

올랑드는 잇따른 테러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말 지지율이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르펜 캠프는 도한 마크롱의 강한 자유주의적 성향의 경제공약들을 문제 삼아 좌파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서 기권하도록 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르펜이 공언하는 보호무역주의 역시 좌파 노동자 계층의 좌절감을 노리고 있다. 그는 '프랑스 노동자 우선주의'와 외국인 채용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는 방안 등을 내걸고 마크롱을 '야만적인 세계화론자'라고 공격하고 있다.

르펜 측은 보수우파 유권자들에게는 마크롱의 문화적 다원주의와 이슬람에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시각을 문제삼아 지지를 호소한다는 방침이다.

르펜은 물론 공화·사회딩 후보들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는 제1주자 마크롱은 르펜의 집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르펜에 대한 공동전선 구축을 주장하고 있다.

마크롱은 3일자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르펜이 승리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절대 당선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최근 몇 주간 양대정당 후보들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과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이 자신을 집중 타깃으로 공격하는 데 대해 "방향을 상실한 것"이라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르펜은 우리의 공동의 적"이라며 "주된 싸움은 르펜과 나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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