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테러 열차 기관사 "무섭다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무섭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당시 사고 열차를 몰았던 기관사 알렉산드르 카베린은 테러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 자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악몽 같았던 사고 순간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카베린은 "운행 도중 폭발음을 듣고 연기 냄새를 맡은 뒤 곧바로 관제소에 연락해 상황을 알렸다"며 "이후 각 객차에 설치된 승객과의 비상통신장치에서 계속해 사고 상황을 알리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정신이 없었지만 규정에 따라 열차를 다음 역까지 계속 운행하기로 했다"면서 "무섭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계속 일을 해야 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열차가 다음 역에 무사히 도착하고 난 뒤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지하철 운행 규정은 터널에서 사고가 날 경우 열차를 멈추지 말고 다음 역까지 계속 운행하도록 하고 있다.
폐쇄 공간인 터널 안에서 열차가 멈춰 설 경우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지하철 당국은 "기관사가 사고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터널에 열차를 멈추지 않은 것이 많은 승객의 목숨을 구했다"고 평가했다. 카베린은 테러로 충격을 받았지만 이 때문에 휴가를 받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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