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몽골어로 도와드릴까요?" 마포 다누리콜센터 직접 가보니
13개국어로 24시간 고민 상담…전국 7개 센터 상담건수 3년간 38% ↑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베트남에서 온 새댁인데요, 남편이 술을 마시면 자꾸 언성을 높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한국에서 지진을 겪어보니 걱정이 크네요. 몽골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혹시 대피 요령이 있나요?"
지난 3일 찾아간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다누리콜센터'에서는 자그마치 13개국 언어가 들려왔다. 한국어가 서툰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족 구성원을 위해 각국 언어로 전화상담을 하는 소리다.
다누리콜(☎1577-1366)은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고민 상담소다.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중국어, 몽골어, 네팔어,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을 구사하는 상담원이 고민 해결사가 돼준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 7곳의 콜센터에 배치된 상담원은 모두 85명. 이들은 앞서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으로, 모국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구사한다.
중국 출신 귀화자이자 6년 차 상담원인 홍모(51) 씨는 "1995년 한국에 와 결혼이주여성으로 살아보니 언어, 문화 차이로 어려움에 부딪힐 때가 많았다"면서 "경험을 되살려 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의 처지에 맞게 피부에 와 닿는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다누리콜로 들어온 상담 건수는 지난해 12만4천401건이다. 2013년에 비해 38% 늘어났다. 결혼 이민자, 배우자, 자녀 등을 포함한 다문화 가정 인구가 89만 명(2015년 기준)에 달하면서 이들이 털어놓는 고민거리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상담 내용(지난해 기준)으로는 부부갈등(11.2%), 이혼 문제(9.7%) 등을 포함한 가족 내 갈등이 46.3%를 차지했다. 생활 정보 문의는 38.3%, 폭력 피해 상담은 10.3%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다누리콜에서는 전화상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를 경찰청, 의료지원기관, 법률구조센터 등과 연결해주면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역할을 한다.
조난영 센터장은 "센터에도 별도로 긴급 피난처를 마련해놓고 전화를 걸어온 내담자가 즉각 피신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 "전화 한 통이면 일상생활 정보부터 119 요청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누리콜은 2014년 4월 기존 '이주여성 긴급전화'와 통합하면서 상담 언어를 10개국어에서 13개국어로 확대하고 24시간 상담, 3자 통화 기능 등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 수도 2013년보다 31% 늘어나 지난해 8만5천544명에 이른다.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이모(32) 씨는 "세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역할을 했지만 남편의 폭언이 갈수록 심해져 2014년 다누리콜에 상담을 요청해 협의이혼 절차를 밟았다"면서 "자녀 양육, 기초생활수급 신청 등에 필요한 도움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소질에 맞는 직업을 구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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