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 전 대표, 지브롤터 놓고 "스페인과 전쟁도 불사해야"
스페인 외무 "영국의 반응에 조금 놀랐다…진정해라"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을 계기로 영국령 지브롤터의 위상을 둘러싼 스페인과 영국·지브롤터 간 갈등이 재점화한 가운데 영국 집권 보수당 전 대표가 정부에 제2의 포클랜드 전쟁도 마다치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마이클 하워드 전 대표는 2일(현지시간)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35년 전 이번주, 다른 여성 총리(마거릿 대처)는 스페인어를 쓰는 또 다른 나라로부터 다른 소규모 영국민의 자유를 지키려고 태스크포스를 전 세계에 보냈다"면서 "지금 총리가 지브롤터 주민들을 지키는 데 똑같은 결의를 보여줄 것으로 절대 확신한다"고 말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같은 전쟁도 불사하는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영국은 그해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자국령 포클랜드 섬을 무력점령하자 기동부대를 파견해 포클랜드 전쟁을 벌여 승리로 이끌었다.
다만 하워드 전 대표는 나중에 채널4 뉴스와 인터뷰에선 진심으로 스페인과 전쟁을 말한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 아니다"고 수습하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들에게 상기시켜주는 게 아무런 해는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 한 의원은 하워드 전 대표의 발언에 19세기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영국내 반응이 확산하는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전날 파비안 피카르도 지브롤터 행정수반과 통화에서 "영국은 지브롤터와 지브롤터 거주민, 지브롤터 경제를 변함없이 지지한다"며 "지브롤터 거주민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희망에 반해 지브롤터를 다른 나라의 통치권 아래 두는 그런 협상에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알폰소 다스티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영국에 진정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다스티스 장관은 이날 오전 한 콘퍼런스에서 "스페인 정부는 평정으로 유명한 영국에서 나오는 발언들의 톤에 조금 놀랐다"며 "이번 경우는 영국의 전통적인 평정이 유난히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브롤터 위상을 둘러싼 대립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달 31일 27개 회원국에 보낸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한 뒤에는 영국과 EU 간 어떠한 합의도 스페인과 영국의 합의 없이는 지브롤터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불거졌다.
영국이 EU를 떠난 뒤 공식 체결될 영-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브롤터에 적용되는 것을 스페인이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스페인에 일종의 '거부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있는 지브롤터는 1713년 영국령이 된 이래 스페인의 영토반환 요구가 끊이지 않은 곳이다. 여의도 80% 크기의 면적에 3만명이 거주하는 지브롤터는 외교·국방을 뺀 전부를 자치정부가 결정하는 영국령이다. 지브롤터 경제는 인근 스페인과 밀접하게 엮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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