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즐기고 바닷가 폴짝폴짝…"북한 선수단 맞아?"(종합)
'바깥 세계' 경계 이면에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눈길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신창용 기자 =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그동안 북한 사회를 규정해왔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이미지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강원도 강릉에서 열린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 대회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은 3일 낮 경포 해변을 찾아 망중한을 즐겼다.
이날 강릉의 낮 최고기온은 영상 22.9도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선수들은 이날 오전 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한 뒤 오후 네덜란드와 경기에 앞서 숙소에서 지척인 경포 바닷가를 찾았다.
선수단은 소나무가 우거진 솔밭을 거쳐 바닷가까지 걸어 나와 15분 정도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했다.
듬성듬성 나오기 시작한 선수단은 모두가 나와 일부는 양말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그 나이 또래 소녀처럼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백사장을 걸으면서는 '모래가 따끔거린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산책로와 해변에서 일부 관광객들과 마주쳤지만,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다.
북한 선수단은 바깥 세계에 대해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다. 한국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물론 공식 훈련조차 언론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훈련 시간과 공식 경기 때를 제외하고는 행동에 특별히 많은 제약을 받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전날 관동 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북한 선수단은 관중석 2층 한쪽에 자리를 잡고 개회식 이후 펼쳐진 한국과 슬로베니아의 경기를 관전했다.
북한 선수 20명은 1피리어드 때만 해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경기를 지켜봤으나 휴식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자유분방하고 쾌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선수들은 서로 귓속말을 하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깔깔거렸다. 서로의 AD 카드 사진을 비교해가면서 웃는가 하면, 자본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코카콜라'를 나눠 마시는 등 시종일관 재기발랄했다.
선수단을 총괄하는 체육성 고위 관계자를 비롯해 임원진이 함께 있었음에도 이를 의식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치 사각형 안에 북한 선수단을 가두듯 사방을 둘러싼 국정원과 경찰 인력들의 굳은 표정이 즐거워하는 북한 선수단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북한은 이날 앞서 열린 호주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뼈아픈 패배에도 북한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남측 응원단 앞에 일렬로 서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손을 흔들거나 스틱을 흔들어 보이며 환대에 답례했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 선수단은 입국 당시에도 환한 미소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는 않았지만, 버스에 올라탄 뒤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손을 흔드는 등 여유를 보였다.
북한 선수들은 유니폼을 입고 훈련할 때는 '여군'과 같은 일사불란함을 유지했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그 나이 또래 '신세대'의 모습 그대로였다.
북한 선수단과 대회 공식 숙소를 함께 쓰는 한국 선수단 관계자는 "식당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밥을 퍼다가 우리 선수들이 다가오자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자리를 피하더라"며 "하지만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자유롭게 웃고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땅을 밟은 북한 선수단은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아이스하키 자체가 돈이 없으면 하기 쉽지 않은 종목"이라며 "북한 당 간부 자제들이 아이스하키를 많이 한다는 소문도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세계 랭킹은 26위로, 한국(23위)보다 3계단 낮다. 북한이 오는 6일 밤 9시에 열리는 남북대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을 끈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