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신문 '선봉'으로 본 1920∼30년대 연해주 고려인
임영상·배은경·정막래 교수, 당시 생활상 분석한 책 2권 펴내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고려인 강제이주(1937년) 80주년을 맞아 1920년대와 1930년대 러시아 연해주에서 살던 고려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책 두 권이 선보였다.
한국외대의 임영상 지식콘텐츠학부 교수와 배은경 러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한국외대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다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막래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와 함께 '한글신문 '선봉'을 통해 본 연해주 고려인 사회의 교육과 생활문화'와 '한글신문 '선봉'을 통해 본 연해주 고려인 사회의 문학과 문화예술'을 펴냈다.
'선봉'은 1923년 3·1운동 4주년을 맞아 '三月一日'(3월1일)이라는 제호로 연해주에서 창간됐다가 4호부터 '선봉'으로 바뀌었다. 강제이주 후에는 1938년부터 카자흐스탄에서 '레닌기치'라는 이름으로 발행되다가 1990년 폐간됐고 1991년 카자흐스탄에서 창간된 '고려일보'가 고려인 한글신문의 명맥을 잇고 있다.
주간지로 출발한 '선봉'은 이듬해 주 2회로 확대했고 1930년부터는 주 3회, 1932∼1935년에는 격일로 발간됐다. 발행 부수도 1931년에는 1만 부를 넘겼다.
필자들은 '선봉'에 실린 기사들을 통해 당시의 생활상을 분석했다. 세계 최초의 코리아타운이라고 할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에서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민족어 교육과 여성 권리 신장이 이뤄졌으며 고려인 교사를 양성하는 고려사범대학도 세워졌다. 우리 글로 쓰인 문학 작품과 우리말로 꾸민 연극, 영화, 라디오방송 등도 성행해 문화콘텐츠의 보고로 꼽힌다.
정막래 교수는 "당시 '선봉'의 기사들을 보면 오늘날 독립국가연합(CIS)과 한국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의 삶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면서 "이 책 발간이 고려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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