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폐 이식술 205건 달성…국내 최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폐는 외부 공기에 직접 노출되면 박테리아ㆍ바이러스ㆍ곰팡이균과 같은 유해요소로 인해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식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장기다.
또 수술 자체가 어렵다 보니 2000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17년 동안 국내에서 시행된 전체 폐 이식술은 407건(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통계)에 불과하다.
그런데 최근 단일 의료기관이 폐 이식술을 200건 이상 달성해 화제다. 통계상으로만 보자면 우리나라 폐 이식 환자 2명 중 1명이 이곳에서 시술은 받은 셈이다.
세브란스병원은 백효채ㆍ이진구 흉부외과 교수, 박무석·김송이·송주한 호흡기내과 교수, 정수진 감염내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폐 이식팀이 지난 2월 말 국내 최초로 폐 이식술 200건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병원은 이후에도 5건의 폐 이식술을 더 진행해 총 205건을 달성했다.
병원 측에 따르면 국내에서 폐 이식을 받으려면 현행 장기이식법상 오직 뇌사자에게서만 얻을 수 있으므로 수술 자체에 제한점이 많다.
간ㆍ신장처럼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직접 장기를 받을 수 없고, 심지어 뇌사자로부터 폐를 기증받는다 하더라도 이식 가능한 상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996년 당시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첫 폐 이식술에 성공한 후 매년 1~2차례 꾸준히 폐 이식술을 하면서 임상 경험을 쌓아왔다.
백효채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이식 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첨단화되고, 수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팀워크가 더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수술 건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폐 이식팀은 지난 2월 말 '간질성 폐 질환'으로 고농도 산소치료로 연명하던 63세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200번째 폐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당시 수술은 약 5시간 만에 완료됐으며 수술 후 4일째 되는 날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스스로 호흡까지 할 수 있었다.
백 교수는 "흔치 않은 폐 이식술을 200건 넘게 시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로 볼 수 있다"며 "수많은 의료진이 긴박함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걸어온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일본처럼 간·신장과 마찬가지로 폐도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직접 공여받는 생체이식을 시행하면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또 현행법으로 제한되고 있는 심정지 상태 환자에 대한 폐 적출과 이식까지 가능해진다면 국내 폐 이식술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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