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대선 투표 시작…부치치 총리, 1차 투표서 당선 유력
11명 후보 난립…부치치, 선거직전 여론조사서 과반 지지받아
친서방 개혁주의자, 최근엔 러시아와 긴밀관계…'줄타기외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 반도 중앙부에 자리한 세르비아의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2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시작됐다.
모두 11명의 후보가 난립한 이번 선거에서는 알렉산다르 부치치(47) 현 총리가 야권 분열의 반사 이익을받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1차 투표에서 당선이 유력시된다.
부치치 총리는 선거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운동가 출신의 친서방 자유주의자인 사사 얀코비치,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북 예레미치 전 외교장관 등 무소속 거물급 정치인 2명과 부패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25세의 청년 루카 막시모비치 등이 2위권을 형성하고 있으나, 이들은 각각 두 자릿 수를 겨우 넘거나 밑도는 지지율에 그치고 있다.
만약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얻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2주 뒤인 내달 16일 상위 2명의 후보가 맞붙는 결선 투표로 대통령이 정해진다.
사실상 당선을 예약한 부치치 총리는 포퓰리즘 성향의 세르비아 혁신당(SNS) 대표로 2014년 4월부터 총리를 맡고 있다. 1990년대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을 수십 만 명이 사망하는 내전으로 몰고 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에서 정보부 장관을 지낸 그는 내전이 끝난 뒤 이전의 극단적 국가주의자 성향에서 탈피, 유럽연합(EU) 가입을 밀어붙이는 등 친(親)서방 개혁주의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칸 반도에 부쩍 영향력을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세르비아는 대통령보다 총리의 실권이 크고, 대통령은 상징적인 역할에 머물고 있으나 부치치 총리가 대통령이 되면 대통령의 권한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야당들은 지금도 권력의 상당 부분을 쥐고 있는 부치치 총리가 5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발판으로 권력을 더 공고히 해 세르비아를 독재 체재로 끌고 가려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후보 중 1명인 유고 전쟁범죄자 출신의 극단적 국가주의자 보이슬라프 셰셀은 AFP통신에 "모든 권력이 알렉산다르 부치치라는 단 1명의 손에 집중돼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과 독립적인 언론 감시 단체들은 또 부치치 총리가 대선을 앞두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지 않아 홍보 효과 등에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는데다 주류 언론 대부분을 장악해 이번 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선거 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10여 개에 이르는 세르비아의 전국 일간지 중 2개를 뺀 모든 신문이 "4월2일, 부치치 후보에게 몰표를 주자"는 광고로 도배되기도 했다.
하지만, 부치치 총리는 2014년 취임 이후 세르비아 공공 부문의 개혁 작업에 착수하고, 작년에 2.8%의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높은 월 평균 소득이 330 유로(약 40만원)에 불과한 세르비아에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어 이런 비판은 그의 당선에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투표는 저녁 8시에 종료되고, 자정께 출구 조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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