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강릉 무장공비' 대대적 예우…"열사묘 안치·추모행사"
"김정은, 6·25 전사자급 예우 은정" 기록영화 통해 공개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김정은 정권이 1996년 9월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당시 사살되거나 자폭한 무장공비들을 6·25전쟁 전사자들과 나란히 대접하고 최근 대대적 추모행사를 여는 등 크게 예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31일 '위대한 동지 제5부:당을 받드는 길에 인생의 영광이 있다'라는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강릉 무장공비 관련 내용을 8분 30여 초에 걸쳐 다뤘다.
기록영화는 "20여 년 전 온 세상을 놀래웠던 강릉의 자폭용사들"이라고 언급하며 "수십만에 달하는 적들의 포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 희생된 25명 전사들의 영웅적 위훈은 오늘도 빛을 뿌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용사들의 유해를 전화의 영웅들과 나란히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참전 열사묘에 안치하도록 하시어 조국을 위해 바친 전사들의 삶이 후세토록 빛나게 해 주신 우리 원수님(김정은)이시었다"고 주장했다.
화면에는 강릉 무장공비들의 묘비가 '조국해방전쟁참전 열사묘'에 나란히 늘어선 모습과 김정은의 이름이 새겨진 조화가 묘비 앞에 놓인 모습 등이 나왔다.
평양시 외곽에 있는 '조국해방전쟁참전 열사묘'는 6·25전쟁 전사자 등을 안치한 우리의 현충원 격으로, 2013년 준공됐다.
기록영화는 김정은이 6·25전쟁 자료를 전시한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벽면에 '강릉 용사'들의 이름을 1950년대 인민군들과 함께 크게 새겨넣도록 했다고도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북한은 기념관 벽면에 '강릉의 자폭영웅들'이라는 제목 아래 강릉 무장공비들을 형상화한 조각과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새긴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는 또 "원수님(김정은)께서는 그들의 희생 20돌(2016년)을 잊지 않으시고 유가족들을 모두 평양에 불러 추모행사를 크게 진행하도록 대해같은 은정을 베풀어 주셨다"며 "유가족들의 장례까지 다 맡아 책임져주신 그 은정"이라고 언급했다.
영상에는 사망 공작원들의 20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에게 지급된 물품으로 보이는 '김정은 동지께서 배려하여 주신 생활필수품(2016.9.18)'이라는 문구도 등장했다.
사망자 각각의 이름·사진과 이들에게 수여된 '공화국 3중영웅' 또는 '공화국 영웅' 칭호도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북한은 2010년에도 기록영화에서 강릉 무장공비들로 보이는 남성 25명의 사진과 훈장을 공개하며 이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운 바 있으나, 작전명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번 기록영화에서 강릉 무장공비들은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와 '천안함 폭침' 주역으로 알려진 김격식 육군 대장, 김명국 육군 대장 등 북한군의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다뤄졌다.
1996년 9월 18일 강릉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함이 좌초하자, 이 잠수함에 탑승했던 무장공비 26명이 내륙으로 침투했다. 이 중 24명이 우리 군에 사살되거나 자폭했고 1명은 실종 처리됐으며, 나머지 1명은 생포됐다.
우리 정부는 그해 12월 판문점을 통해 무장공비 유해 24구를 북측에 인도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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