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진단] 수출 이어 내수 반등?…"저점 찍은" 韓경제 봄바람 부나
수출 5개월 연속 증가에 생산·투자 확대…소비도 반등 조짐
"작년 4분기가 저점"…추세적 반등 여부 점치기는 일러
(서울·세종=연합뉴스) 정책·금융·한은팀 = 역동성을 잃고 오랜 침체에 빠졌던 한국경제가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이 살아나면서 생산과 투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경기 회복세를 제약했던 소비마저 미약하지만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조금씩 회복되는 모습이다.
1분기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던 목소리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지난해 4분기가 '단기 저점'이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다만 대우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금리 인상, 거세지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등 걸림돌은 여전하다.
한국경제에 가속이 붙을지, 다시 브레이크가 걸릴지 여전히 방향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글로벌 경기회복에 수출 반등 → 생산·투자 확대로 파급
최근 경기 회복을 이끄는 것은 역시 수출이다. 우리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40% 이상에 달하는 만큼 수출이 전체 경기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
우리 수출은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2015∼2016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덩달아 우리 경제는 저성장에 신음했다.
수출은 그러나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했다. 이는 2011년 2월 이후 5년 3개월 만이다.
수출 회복은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면서 교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수요 회복 등 교역여건이 개선되면서 1월 미국 수출이 7.4%, 중국 수출은 7.9% 증가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11월 마이너스에서 12월과 1월 연속 플러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중순 발표한 'G20 감시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성장률을 모두 상향조정했다.
수출이 살아나면서 우리 경제의 생산과 투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전월비)은 지난해 10월 0.6% 감소했다가 11월 1.4% 증가로 반등했다. 이어 12월 0.3%, 올해 1월 0.6% 등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2월은 다시 0.4% 감소했지만 이는 최근 큰 폭의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 설 명절 이동에 따른 조업일수 변동 등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1∼2월 전체적으로 보면 산업생산은 전분기 대비 1.0% 증가해 올해 들어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설비투자(전월비)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0.9%에서 11월 6.4%로 전환한 뒤 12월 5.8%, 1월 1.8%로 증가세를 유지했다. 2월 -8.9%로 조정을 받았지만 전년 동월비로는 19.5% 늘어나 추세적 흐름은 유지되고 있다.
내수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설수주(경상)는 1월 7.4% 증가한 데 이어 2월 29.8%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 소비도 반등 조짐…경제주체 심리 개선
수출 회복에도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것은 경제의 양대축인 수출과 내수 간 균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동안 수출 증가세가 생산과 투자 확대로는 이어졌지만 내수, 특히 소비로까지 확대되지는 못했다.
조선 등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청년층 고용 부진 지속 등으로 일자리 사정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미국발 금리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대, 청탁금지법 영향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3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는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둔화가 지속되며 경기회복세를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수장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경기와 관련해 수차례 "좋은 시그널과 나쁜 시그널이 섞여 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투자·생산 확대 흐름은 마침내 소비 반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2월 소매판매는 화장품 등 비내구재와 승용차 등 내구재, 의복 등 준내구재 판매가 모두 늘어 전월보다 3.2% 증가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지만 2월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이번 소비 증가가 일시적인지, 추세로 이어질지를 예측하기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소비 개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전후로 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졌고 수출 등 일부 지표가 살아나면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호전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집계돼 두 달 연속 상승하면서 작년 10월(102.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경기와 생활형편의 현 상황과 향후 전망을 반영하는 지수들도 모두 전월보다 올랐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심리지표들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올라 올해 들어 3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했고 서비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의 업황 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 "작년 4분기가 저점"…1분기 성장률 0.5% 이상 전망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 역시 우리 경제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지표상으로는 일단 1분기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GDP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0.5%에서 2분기 0.8%로 상승했지만 3분기 0.6%, 4분기 0.5%로 떨어지면서 성장세가 약화됐다.
당초 마이너스까지 우려됐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4분기에 '예상외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올해 1분기에도 경기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회복의 신호를 알리는 지표들이 많아지면서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1분기 성장률을 높여 잡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1분기 분기 성장률이 최소한 지난해 4분기 0.5%보다는 높은 0.6∼0.7%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가 작년 4분기 바닥을 찍고 1분기 반등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상황으로 보면 작년 4분기가 경기 저점으로 보이고 1분기에 회복하는 모습"이라며 "당초 1분기에 0.5% 내외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이보다는 조금 좋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작년 말에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 경제의 하방요인이 줄어든 모습"이라며 "1분기 0.7% 내외의 성장을 예상했는데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경제의 추세적 회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 말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1분기 여건이 나쁘지 않지만 지금 반등은 작년 4분기 저점에 이은 기술적 반등"이라며 "중국 사드 보복 영향이 2분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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