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美 우세? "애플·브로드컴·실버레이크 참여"
"美회사 중 20조원 써낸 곳 있어"…애플-폭스콘 연합설 돌아
"참여사 10개 못미칠수도"…6월 매각완료 희망 속 "험로 예상"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도시바(東芝)의 반도체사업 새 회사인 '도시바메모리'의 지분 매각 입찰에 미국의 애플, 브로드컴, 실버레이크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입찰에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등 10개 안팎이 뛰어들었고 이들이 써낸 가격 중 최고액이 2조엔(약 20조원) 정도로 전해졌지만, 참여사가 10개에 못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31일 아사히·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에 따르면 세계 2위 점유율을 보이는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예비입찰을 지난 29일 마감한 결과 미국 회사 가운데 2조엔에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곳도 있다.
도시바는 개별교섭을 통해 후보를 압축해 4월 이후 2차 입찰(본입찰)을 하고 6월께 조기에 최고치 매각을 모색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길도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망했다.
요미우리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응찰자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샤프의 모회사가 된 대만 전자기기 기업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연합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입찰 참여 기업은 당초 예상과 달리 10개 미만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아사히는 "외국 기업이나 투자펀드 등 10개 미만만이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이나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는 세계 점유율이 19.4%로, 1위인 한국의 삼성전자(점유율 30.8%) 다음이어서 업계는 매력적인 매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에는 도시바와 제휴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점유율 15.6%)이나 SK하이닉스(11.8%) 등 미국과 한국, 대만 회사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섰다.
미 투자펀드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미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2조엔 정도의 높은 인수액을 적어냈다고 전해졌다. 실버레이크는 델에도 출자하고 있어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브로드컴은 기업 통신기기용 반도체를 노린 듯하다.
그런데 도시바의 반도체메모리는 기밀정보를 관리하는 데이터기억장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도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암호화 기술이 갖추어져 있는 점이 변수다.
결국 도시바메모리의 반도체 매각은 군사나 외교 등에 영향을 미치는 기밀정보 누설로 연결될 수도 있는 문제인 만큼 외국기업으로의 매각에는 일본이나 동맹국 미국 정부까지 경계를 표시한다.
외국기업이 출자하면 외환법 사전 심사도 필요하게 된다. 이러한 점까지 종합 고려해 주무부서인 일본경제산업성은 동맹국이기도 한 미국 기업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듯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경제산업성 간부는 "기술 유출이 없고, (반도체 메모리를 생산하는 도시바의)욧카이치공장 고용과 성장에도 연결된다는 두 가지가 실현되는 것(미일연합)이 바람직하다"고 언론에 밝혔다.
도시바가 응찰 기업과의 개별 협상 과정에는 정부계 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이나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에 협력을 요구하는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응찰기업에 일본 유력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4월 이후 기술유출 방지 대책이나 고용계획까지 포함해 후보를 압축해 2차 입찰에 들어간다. 장래 주식 전매 의향 등도 확인, 6월 하순 정기주주총회 전 우선협상 기업을 정하려고 한다.
도시바는 31일 시점 6천200억엔 전후의 채무초과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채무를 메꾸기 위해 반도체메모리의 고가 매각은 필수다. 세금을 고려하면 1조엔 규모의 매각이익이 필요한 상태다.
도시바메모리 사업의 순자산은 5천억∼6천억엔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1조엔의 매각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1조5천억엔 정도로 매각해야 하지만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닌 듯하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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