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아프리카계 학생 잇달아 폭행당해…외교 문제 비화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이 잇달아 폭행당하면서 외교 문제로 번지고 있다.
30일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수도 뉴델리 인근 그레이터 노이다 지역에서 나이지리아 출신 유학생 4명이 주민들에게 집단 구타당했다.
또 다른 나이지리아 유학생은 쇼핑몰에 갔다가 현지 주민들에게 의자 등으로 구타당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널리 퍼지기도 했다.
29일에는 25세 케냐 여학생이 이 지역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네댓 명의 남성이 그를 택시에서 끌어낸 뒤 집단 구타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일련의 폭행 사태는 최근 이 지역에서 17세 인도 소년이 마약 과다 투약으로 사망한 사건을 놓고 나이지리아 유학생들이 이 소년에게 마약을 건넸다고 주민들이 주장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주장과 관련해 나이지리아 유학생 5명을 체포해 조사했지만, 소년의 사망과 관련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모두 석방했다.
그럼에도 주민 수백 명은 나이지리아 유학생들에게 이 지역을 떠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여는 등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자국민이 아무런 근거 없이 인도인들에게 구타당했다며 29일 자국 주재 인도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우려를 전했다.
올루숄라 에니카놀라예 나이지리아 외교부 차관은 폭행사건 재발을 막으려면 인도 정부가 빨리 구타 가해자를 검거해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은 이 지역을 관할하는 우타르 프라데시 주 총리에게 연락해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5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유학생이 삼륜차(오토릭샤) 탑승 문제로 주민과 시비 끝에 집단 구타당해 숨지는 등 종종 아프리카 출신자를 상대로 한 폭력 사건이 문제 된 바 있다.
P.J. 쿠리엔 인도 상원 부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미국이나 호주에서 인도 국민이 인종적 이유에서 공격받는다고 비난하는 것만큼 국내에서 일어나는 인종적 폭력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누구도 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자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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