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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법' 날개 단 오일허브…"울산, 세계 4대 액체항만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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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대법' 날개 단 오일허브…"울산, 세계 4대 액체항만 도약"

울산항에 2천840만 배럴 저장시설 2025년 구축…석유거래·물류·금융 발전 기대

법 개정으로 석유제품 섞어 새 제품 제조 가능…"규제완화로 국제적 투자 활성화"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해 석유제품 혼합제조와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동안 이 법안은 울산과 여수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동북아 오일허브' 성공의 대전제로 꼽혔으나, 야당을 중심으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처리가 미뤄져 왔다.

오일허브를 발판 삼아 울산항을 세계 4대 액체항만으로 도약시키려는 울산시와 관련 업계는 법안 처리 소식에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며 반기고 있다.

오일허브란 무엇이고, 개정된 석대법은 왜 환영받는지 소개한다.


◇ 세계 4대 액체항만 도약…산업 위상 높일 오일허브

울산항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은 2025년까지 2조2천260억원을 들여 울산항 90만7천㎡ 부지에 2천840만 배럴 규모의 석유저장시설, 9개 선석과 1개 부이(Buoy, 해상원유이송시설) 등 접안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울산항 등을 석유제품 저장·중개·거래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석유 물류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2010년 착공해 2019년 완료되는 1단계(북항)가 저장시설 990만 배럴, 6개 선석 규모다. 2단계(남항)는 2025년까지 1천850만 배럴의 저장시설과 4개 선석 건설이 예정돼 있다.

오일허브가 구축되면 석유를 중심으로 다양한 석유제품을 대규모로 저장하는 동시에 혼합제조와 국제적 거래를 촉진,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걸프연안, 유럽 ARA(Antwerp, Rotterdam, Amsterdam), 싱가포르에 더해 울산이 세계 4대 액체화물 항만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낙관도 있다.

2009년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울산항 오일허브 사업의 생산유발효과는 4조4천447억원, 고용유발효과는 2만2천138명에 달한다.

같은 해 지식경제부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의뢰한 용역 결과도 오일허브 구축에 따라 생산유발 6조3천456억원, 부가가치유발 2조7천111억원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9조56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석유 저장·거래 활성화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석유 거래를 비롯해 물류, 금융 등 연계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특히 울산에 국제석유거래소가 설립되면 국제 금융거래와 각종 파생상품 거래가 이뤄져 석유 물류와 금융이 융합된 새로운 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이는 그동안 석유 저장이나 정유 기능에 머물던 우리나라가 석유 중개수출과 거래 기능을 갖춘 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가져다준다.

이 밖에 2천840만 배럴 규모의 석유 저장시설은 우리나라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유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 안보체계 강화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석유수급의 안정은 물론 유사시 비축유 확보 효과가 있는 것이다.


◇ '석유제품 섞어 새 제품 생산'…오일허브 구축 촉진제 기대

여러 장밋빛 전망에도 그동안 오일허브 사업은 순탄치 못했다.

그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나, 석대법 개정안 처리 지연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2014년 12월 국회에 제출한 석대법 개정안의 핵심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해 석유제품 혼합제조와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종합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혼합해 새로운 제품을 제조하고, 해당 제품을 거래하는 사업을 '국제석유거래업'으로 지정해 보장하는 것이다.

지금은 석유정제업자(정유사)들만 대규모 정제시설에 원유를 투입, 휘발유·등유·경유·나프타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다량의 석유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유종의 제품을 한정적으로 생산하기는 어렵다.

석대법을 개정하면 정제시설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블렌딩(blending·석유제품 혼합) 장비를 이용해 저장시설의 석유제품을 혼합, 수요에 맞춰 다양한 유종과 성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천원짜리 나프타 1ℓ와 500원짜리 MTBE(올레핀과 메탄올로 만든 첨가제) 0.5ℓ를 섞어 휘발유 1.5ℓ를 만들면, 그 가격은 원가(1천500원)의 1.5배에 달하는 2천250원을 받는 식이다.

이처럼 유연한 석유제품 제조 환경만 갖춘다면 지금은 단순 저장·보관 기능만 하는 탱크터미널의 사업 영역 확장과 수익성 개선뿐 아니라, 세계적인 석유 트레이더의 사업 참여도 활성화될 수 있다.

또 대형 정유업체가 독점하는 석유제품 공급체계가 무너져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소비자 선택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다만 그동안 정치권 일부에서는 국내 대기업 정유사들의 참여에도 운영난을 겪은 전남 여수 사례 등을 들어 상업저장시설 과잉투자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 개정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재무건전성 악화, 혼합 제조한 석유제품의 국내 유입에 따른 혼란 등도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로 여수에는 민간자본 5천170억원이 투입돼 2013년 총 82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이 완공됐으나, 석유거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한계 등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여기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나 국회 예산정책처 등이 오일허브 규모 축소나 사업시기 연장 필요성을 제기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 법 개정에 악재로 작용했다.

석대법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폐기됐으나, 20대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이채익(울산 남갑) 의원이 다시 대표 발의했다.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이달 초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따라 통과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개정안' 처리와 석대법 처리를 연계하자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나 30일 원내 4당의 합의로 석대법과 상생법이 일괄 상정되면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동북아 오일허브는 울산 차원을 넘어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국가적 과제다"면서 "석대법 개정은 규제 완화와 투자자 유치로 이어져 오일허브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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