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 "반부패시위에도 푸틴 재선 무난"예상…애국주의 건재
크림반도 합병 2014년 이래 경제난·부패는 푸틴 지지도에 무영향
스트랫포 "`러시아 미래는 경제번영보다는 군사력에 달렸다'로 인식 변화"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최근 러시아 주요 도시들에서 5년 만에 젊은 층을 주축으로 최대의 반부패시위가 벌어진 것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권력의 안정성과 내년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경제난과 부패 문제가 푸틴에 대한 지지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있어 푸틴이 다시 출마할 경우 재선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예상했다.
갤럽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푸틴에 대한 지지도 변화와 러시아 안팎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수들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인들은 옛 소련 붕괴 후 1990년대 겪은 혼란과 혼돈에 대한 기억 속에 세계를 양분했던 소련의 옛 영광을 되찾았다는 점을 푸틴에 대한 주된 지지 이유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현지시간) 설명했다.
푸틴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2008년 83%에서 2013년 54%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2014년 83%로 수직 상승했다. 이후엔 크림반도 합병에 따른 경제 제재와 유가 급락 등으로 인한 경제난과 부패가 만연했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2015년 85%, 지난해 81%로 고공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전망에 대해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이 2014년 35%로,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 9%보다 반짝 높아졌다가 이후 역전돼 지난해는 비관 42%, 낙관 14%로, 전 세계적 경제위기 때인 2009년 수준으로까지 악화했다.
그런데도, 지난해 조사에선 경제 비관 층 중에서도 68%가 푸틴을 지지했다. 크림반도 합병 직전 조사 때는 경제 비관 층 가운데 29%만 푸틴을 지지했던 것과 대조된다.
다만, 생활이 "윤택해지고 있다"는 응답자가 2014년 34% 최고점에서 2016년 29%로 감소하고 있는 점이 앞으로 러시아 대선과 관련, 관심을 갖고 지켜볼 대목이라고 갤럽은 지적했다.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윤택" 응답 비율이 줄곧 내리막을 타는 동안 푸틴 지지율도 동반 하락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푸틴이 대통령이나 실권 총리로 있었던 지난 10년간, 정부에 부패가 만연했다는 인식이 늘 70% 이상으로 나타났으나, 이 역시 2015년 이래 푸틴에 대한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2015년 이전엔 부패가 만연했다고 보는 응답자들 사이에 푸틴 지지도가 낮게 나타났으나, 2015년부터는 푸틴 지지도가 부패 인식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높게 나왔다.
갤럽은 "러시아인들은 푸틴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강대국 반열에 다시 올리려는 노력에 대한 지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며 러시아인들이 경제 제재를 감수하고 크림반도 합병을 압도적으로 찬성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인들은 경제제재탓을 푸틴이 아니라 서방에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국제안보분석 전문업체인 스트랫포가 푸틴의 러시아 애국주의 운동을 통해 러시아의 미래는 경제적 번영보다는 군사력에 달려 있다는 쪽으로 러시아인들의 생각이 지난 10년 사이에 변했다고 분석한 것도 갤럽의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스트랫포는 러시아인들의 이러한 사고에는 러시아가 세계의 강대국으로서 힘을 회복했다는 믿음과 함께 현 체제가 무너질 경우 1990년대 체제붕괴에 따른 혼돈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두려움이 함께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스트랫포에 따르면, 지난 1997년 러시아 신문 로시이스카야 가제타의 여론조사에서 러시아 부모의 약 70%는 자녀가 공부를 계속해 외국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을 원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사회가 안정되자 2005년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 센터의 조사에선 자녀가 러시아 국내에서 사업하거나 금융인, 법률가, 경제분석가, 은행가, 의사 등 전문직을 갖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57%로 나타나 10년 전과 크게 대비됐다.
그러나 그 10년 후인 지난해 12월 발표된 러시아 공공여론조사센터(VCIOM)의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가 자신의 자녀가 군대나 경찰, 정보기관 등 안보 분야 기관들에 취직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스트랫포는 전했다.
러시아인들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들 기관을 기피했으나 오늘날 이들 기관은 정규군 100만 명, 경찰을 포함해 내무부 소속 내무군 90만 명 등 총 300만 명에 이르러 러시아 최대 고용력을 자랑한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