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석대법 통과 환영…한국이 국제석유거래 허브항 될 것"
오일허브서 석유제품 혼합제조·거래 허용…트레이더·금융기관 유치 과제
동북아오일허브, 2030년 92조 생산유발·2만2천명 고용효과 기대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국제석유거래업 신설과 석유제품의 혼합·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개정안이 30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우리나라 석유 물류시장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울산과 여수가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법적 근거가 될 석대법 개정안의 통과를 환영한다"며 "우리나라가 국제석유거래의 허브 항만이 되도록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석대법 개정안은 2014년 정부 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지 3년 만에 통과됐다. 핵심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고 석유제품 혼합제조와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다.
즉 보세구역에서 석유를 거래하는 사업이나 관세청장이 지정한 종합 보세구역에서 석유제품을 혼합해 새로운 제품을 제조하고, 해당 제품을 거래하는 사업이 허용된다.
지금은 석유정제업자(정유사)들만 대규모 정제시설에 원유를 투입, 휘발유·등유·경유·나프타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다량의 석유제품을 일괄 생산하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유종의 제품을 한정적으로 생산하기는 어렵다.
석대법이 개정되면 정제시설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블렌딩(blending·석유제품 혼합) 장비를 이용해 저장시설의 석유제품을 혼합, 수요에 맞춰 다양한 유종과 성상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울산시는 이처럼 석유제품 제조 환경이 유연해지면 현재 단순 저장·보관 기능만 하는 탱크터미널 업체들이 석유제품을 혼합·제조, 위탁 정제 등을 할 수 있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탱크터미널의 해외 유치가 활성화되고 세계적인 석유 트레이더(중개상)가 오일허브 항만에 유치돼 석유 트레이딩이 활성화되면 관련 금융기관도 뒤따라 입주한다. 싱가포르와 같은 오일허브 무역항의 구색을 갖추는 것이다.
또 대형 정유업체가 독점한 석유제품 공급체계가 무너져 석유제품 가격이 내려가고, 제품 선택폭이 넓어져 소비자의 이익이 증대될 것으로 시는 분석했다.
시는 트레이더 활동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고 석유제품 관련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오일허브 북항사업 투자지분 구성이 탄력을 받고, 상부공사 착공 등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시는 특히 석유 트레이딩이 활발해지면 2030년까지 국내 석유 트레이딩, 탱크터미널, 항만산업, 수리 조선업 분야에서 92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2천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통과됐으나 동북아 오일허브 성공을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우선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의 핵심 인력인 해외 석유 트레이더들을 국내에 유치해야 한다. 이들의 유치를 위해 조세(유류세·부가세 등 내국세) 부담 완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또 금융, 석유 물류, 외국인 투자 지원책 등 부문별 과제를 일괄적으로 추진하고 해결할 구심체를 구성해야 한다.
울산시는 가칭 '동북아 오일허브 특별법'을 제정, 제도 개선 사항을 포괄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석대법 개정안은 일부 야당 의원의 반대 등으로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가 20대 국회에서 부활, 이날 통과될 때까지 난관이 많았다. 2014년 12월 정부 안으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당시 국회의 산자위 법안소위심사에서 3차례 심사 보류, 1차례 미심의로 폐기된 바 있다.
이어 20대 국회인 지난해 5월 자유한국당 이채익(울산 남갑) 의원이 이 법안을 다시 대표 발의했고, 지난달 15일 산자위 법안소위 심사를 거쳐 산자위 전체위원의 동의를 얻어 통과되면서 순조로이 진행되는 듯했으나 같은 달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석대법 개정안은 이달 들어 국회 본회의에서 안건 상정이 2차례 연기되는 우여곡절 끝에 이날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연계해 일괄 상정되면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수년째 표류했던 석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을 바라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뜻이 컸기 때문"이라며 "울산과 여수항은 대형 정유시설과 저장 능력을 갖추고 있고, 중국과 일본의 배후에 위치하는 등 지리적 여건이 좋아 오일허브의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한모 울산항만공사 물류기획부장은 "국내 정제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석대법 개정안 통과로 외국 자본의 탱크터미널 사업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으로 국제 트레이더들의 울산과 여수 탱크터미널 이용 증가로 석유거래업과 함께 국내 해운·항만 산업의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사업은 울산항에 국비 약 2조1천471억원을 투입해 2010년부터 2025년까지 2천664만 배럴 규모의 유류 저장시설, 8선석과 1부이(Buoy, 해상부두)의 접안시설, 90만6천㎡의 배후부지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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