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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협상 쟁점들…72조원 이혼합의금·FTA·국경문제

메이-메르켈 '혈투'…英 '하드 브렉시트' vs EU "과실 따 먹기 없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이 시작된다.

2년에 걸쳐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한다.

EU 측이 요구하는 600억유로(약 72조원)의 '이혼합의금' 등 돈 문제를 포함해 수많은 쟁점을 둘러싸고 격하게 다투면서 '지저분한' 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혼합의금 72조원 내라" = 처음부터 양측은 돈 문제를 놓고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계획 확정 당시 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2조원)를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 10일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영국민이 매년 EU 예산에 "엄청난 금액"을 계속 내려고 브렉시트에 투표한 게 아니라며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영국 상원 EU재무위원회는 "(브렉시트 협상)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재정분담 관련 규정 등 모든 EU 법은 적용이 중단될 것이고 영국은 재정분담 이행의무에 전혀 구속되지 않게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밝혔다. 협상결렬 시 한 푼도 내지 않고 EU를 떠날 수 있다는 법적 검토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이에 EU는 선(先)이혼합의금-후(後)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로 응수한다는 전략이다. 영국이 이혼합의금에 동의하기 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U 측은 협상을 주도하기 위해 심지어 오는 9월 독일 총선이 끝나기 전에는 영국에 요구할 금액조차 제시하지 않을 수 있고, 일러야 내년 초에 이혼합의금을 놓고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영국은 '나쁜 딜'(bad deal)보다 '노 딜'(no deal)이 낫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영국의 EU 분담금은 독일 다음으로 많다. 지난 2015년 영국이 낸 분담금(실지급금)은 129억파운드(약 18조2천억원)였다. 하지만 영국 어민들과 대학들이 보조금과 연구지원금으로 44억파운드를 돌려받았다.

독일과 프랑스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이 영국이 내지 않는 '구멍'을 메워야 할 가능성이 큰 탓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영-EU FTA 협상 = 영국은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언했다.

영국은 대신 FTA를 통해 EU 단일시장에 대한 최대한의 접근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EU 측은 '과실 따 먹기'는 없다고 못 박고 있다.

EU 측을 이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하는 만큼 이혼합의금 등을 비롯한 쟁점들에서 강경한 입장을 채택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는 독일의 자동차산업을 고려해 메르켈 총리가 부드러운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영국의 희망에 반대되는 것이라고 FT는 덧붙였다.

영국이 EU 이민자를 줄이려고 사람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기로 한 만큼 '제3국'과 동등한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EU 이탈 도미노를 막아야 하는 배경도 깔렸다.

영국과 EU 간 긴밀한 교역관계를 고려하면 FTA 협상은 사실상 '치킨 게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영국은 자국이 EU 회원국의 주요한 상품 및 서비스 수출시장인 점을 고려하면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은 EU 회원국들에도 타격을 가한다면서 상호 호혜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경제의 80%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에서 핵심 영역인 금융산업은 직격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런던에 유럽 기반을 둔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대체로 '패스포팅 권한'(EU 역내에서 국경에 상관없이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이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을 접고 탈(脫)런던 계획을 마련한 채 떠나는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 틈을 타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아일랜드 더블린 등은 런던을 떠나는 금융회사들을 끌어들이는 유치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안보·대(對)테러 협력·국경문제·유럽사법재판소 = 유럽 대륙에서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가 잇따르는 가운데 브렉시트가 영국의 테러 대처 능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영국 내부에서 일고 있다.

EU가 잠재적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감시와 테러 모의 계획에 관한 정보들을 공유하는 가운데 브렉시트로 정보 및 사법당국간 공조 체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이런 우려는 지난 22일 런던 의사당 부근에서 4명이 목숨을 잃고 50여명이 다치는 차량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테러는 지난 2005년 런던 지하철 테러 이후 영국 땅에서 발생한 최대 공격이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 영국의 역할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거론된다. 영국은 나토에서 미국 다음의 방위력을 갖고 있다. 영국은 그동안 이른바 '유럽통합방위군'을 추구해온 EU 측의 노선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등을 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력 제기했지만 독일이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가운데 미국과 '특수관계'인 영국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 대비 2% 목표를 지켜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동조하고 나선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에게 모두 3천억파운드(약 419조원)의 나토 분담금 '미납액' 청구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영국의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에 있는 자유통행지역의 처리도 문제다. 영국이 EU를 떠나면 이곳은 EU의 외부국경이 된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모두 변동이 없기를 바라고 있지만 EU 외부국경인 이곳이 '예외'로 인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자유통행지역에 대한 제한은 아일랜드 섬의 유혈 내전을 끝낸 '북아일랜드평화헙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유럽사법재판소(ECJ)로부터 독립하려는 영국의 사법권 문제와 영국에 있는 EU 기관들의 이전 등도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영국이 EU 법규를 자국법으로 그대로 옮겨 담거나 수정·폐기해야 하는 법규(지침 포함)가 10만개에 달한다. 나라 전체 법규 가운데 약 65%로 추정된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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