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학교 급훈도 유행따라
드라마 대사·노래 가사 패러디 '인기'…학생 스스로 정해
과거 '공부' 강조하던 급훈 → '행복, 꿈' 추구로 변화
(수원=연합뉴스) 이영주 기자 = 과거 공부나 성적을 중시하던 학교 급훈이 행복과 꿈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학교나 담임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유행가요의 가사를 패러디하는 등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영되면서 톡톡튀는급훈이 많아지는 추세다.
29일 경기도 시흥 대흥중 1학년 4반 교실에 들어서면 남다른 급훈이 눈에 확 들어온다.
'행복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따라 읽으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이 급훈은 바로 유명 가수 자이언티(김해솔)의 인기곡 '양화대교'의 가사 중 일부를 따온 것이다.
이 반 담임교사인 구수경(27·여)씨는 새 학기가 시작되자 학급 학생들과 급훈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 교사는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급훈을 정했다"며 "그러던 중 한 학생이 '행복'이란 단어를 꺼냈고, 옆에 있던 학생이 '양화대교'를 부르자 모두가 '노래 가사로 급훈을 정하자'고 동의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 보고 있다'라던지 '한 시간 더 공부하면 미래가 달라진다'와 같은 '공부'를 강조하는 급훈이 주로 많았는데 요즘 아이들에겐 공부를 강조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올해 자유 학년제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성적'에 얽매이지 않게 된 것도 '행복'이란 의미의 급훈이 나오게 된 배경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주자영농업고 1학년 축산과의 급훈도 눈길을 끈다.
인기 아이돌 그룹인 '빅뱅'의 지드래곤(권지용), 탑(최승현)의 이름이 급훈으로 벽에 걸려있다.
'GD & TOP'
이 급훈에 숨은 뜻은 'Good Dream & Top of Passion'이다.
여주자영농업고 1학년 축산과 담임인 김도연(27·여) 교사는 "학생들에게 '좋은 꿈을 꾸자'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특별한 급훈을 만들고 싶었다. 급훈을 보고 학생들이 꿈을 찾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좋은 의미의 재미있는 급훈을 만들기 위해 온라인 등으로 여러 학교의 급훈 사례를 검색하고 참고했다는 김 교사는 "학생들도 새로운 급훈을 마음에 들어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온다"며 "급훈으로 결속력도 다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급훈의 다양화와 변화는 이미 많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급훈' 이미지를 검색하기만 해도 참신하고 의미 있는 급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명대사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좋았다'던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을 패러디한 'SHOW ME THE 장원(壯元)' 등도 인기 급훈 중 하나다.
교육 당국은 이런 변화가 학생중심의 교실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박신정 장학사는 "급훈은 학생들이 1년 동안 지켜나갈 약속과 같은 것"이라며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규칙을 정했을 때보다 적극적으로 그 규칙을 지켜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장학사는 "경기도교육청은 급훈에서 나아가 담임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함께 '학급생활협약'을 만들어 지켜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young8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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