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찰, '실종 청소년 찾기' SNS 도움받으려다 역풍
"24시간 동안 소녀 14명 실종" 등 가짜 뉴스 양산…인종 갈등이 근원적 뿌리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경찰이 실종 청소년을 찾기 위해 SNS를 이용하려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고 AF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워싱턴 D.C 경찰이 이달 중순 실종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트위터에 일련의 실종자 사진을 게시했는데, 관심이 너무 과열되는 바람에 가짜 뉴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게재한 실종자 사진이 대부분 13∼15세의 흑인 소녀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AFP 통신은 "경찰의 포스팅 이후 많은 게시물이 납치와 인신매매에 관한 가짜 뉴스에 빠져들었다"면서 특히 지난주 인스타그램에 "지난 24시간 동안 D.C에서 13명의 소녀가 실종됐다"는 허위 글이 게재되면서 가짜 뉴스는 정점으로 치달았다고 전했다.
이 글이 올라온 후 소셜 네트워크에는 '실종 DC 소녀들(#missingDCgirls), '우리의 딸들 되찾기(#BringBackOurGirls)'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글들이 쏟아졌다.
미국 인권의 아이콘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딸 버니스 킹은 트위터에 "인신매매/성노예가 미국과 전 세계에 만연하다. 실종된 여자아이들을 가출로 낙인찍고 찾지도 않는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결정적인 것은 NBA 스타 몇 명이 이 가짜 정보를 자신들의 SNS 계정에 퍼 나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리더인 크리스 폴은 자신의 600만 팔로워에게 "우리 아이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항상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AFP는 "이런 거짓 뉴스가 활개를 칠 수 있었던 것은 흑인들의 인종적 반감이 그 토양이었다"면서 "미국의 흑인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기사가 백인들에 대한 것보다 소홀하게 취급받고 있으며, 특히 경찰이 관련된 사건은 더욱 그런 경향성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하원의 일부 흑인 의원들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실종 흑인 소녀를 찾기 위한 특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지난 주말 "실종자에 대한 소셜 미디어상의 뉴스는 허위이며, 워싱턴시의 실종자 사건은 95%가 해결됐다"는 해명성 기자회견을 열어야 했다.
이도 부족해 무리엘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경찰 가족 청소년 담당 부서에 실종자 수색 인력을 증강토록 지시했으며, 실종자 찾기 단체에 특별 예산도 편성했다.
AFP 통신은 "워싱턴 경찰은 단순히 실종자를 더 많이 찾기 위해 SNS를 이용하려고 했을 뿐"이라며 "이렇게 사태가 비화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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