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자를란트 '대연정 외통수'…정치판 확 바꾼 대안당
정치권, 대안당 연방의회 진출 시 변화 극도로 경계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반(反) 유로·반 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대안당)이 독일 정치지형을 확 바꿔놓았다.
우익포퓰리즘 성격의 대안당은 어느 정당도 연립정부 파트너로 삼지 않은 정권 참여 불가 정당이지만, 여타 정당 간 연정 구성을 위한 짝짓기 변화를 강제할 힘을 갖게 됐다는 것이 26일(현지시간) 자를란트주(州)의회 선거에서 입증됐다.
이튿날인 27일 최종 개표 결과, 대안당은 6.2%의 지지를 받아 독일 전역 16개 주의회 가운데 11곳에서 의석을 꿰차는 성과를 냈다. 비록, 이전 주의회선거 때보다 지지율은 크게 꺾였지만, 원내 진입의 성공 사례를 이어간 것이다.
대안당은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40.7%,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29.6%, 좌파당 12.9%에 이어 4당 지위를 얻어 주의회 전체 51석을 기민 24석, 사민 17석, 좌파 7석, 대안당 3석으로 쪼갰다.
이에 따라 대안당을 배제한 채 과반 26석 이상을 가진 주 연정을 꾸리려면 지금의 다수 기민당과 소수 사민당 간 대연정을 연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끌었다.
기민당은 좌파당을 연정 상대로 고려하지 않고 있고, 사민당은 애초 희망했던 좌파당을 파트너로 삼는다 해도 과반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민당이 소수 단독정부를 가동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 봐야 현실에선 사민당의 협조를 항상 구해야 하므로 지속가능한 정부 형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사민당과 좌파당이 '좌파' 정책을 두고 연대하여 기민당에 맞서는 경우의 수를 가정하면 대안당이 캐스팅보트까지 쥐게 되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정치현실 변화는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것이다. 대안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작지 않은 정치 변동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대안당은 전국 단위 지지율이 종전 최고 15% 안팎에서 최근 10% 전후로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이 정당이 9월 총선을 거쳐 연방하원(분데스탁)에 진출하는 것을 기성 정치권이 극도로 경계하는 것은 연정 구성과 운영의 선택 폭에 영향을 미치고 의회 내 우경화를 이끌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013년 2월 출범한 대안당은 창당 주역 베른트 루케가 2015년 7월 탈당하고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 페기다) 지지세력이 당내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반 난민과 반 이슬람의 풍조에 기대어 급격히 우경화했다.
그런 대안당은 이번 자를란트 주의회선거에서 전통의 소수당 세력인 녹색당을 원외로 밀어내고 부활의 날갯짓을 어렵게 지속하던 자유민주당의 원내 진입을 좌절시켰다.
기성 정당들의 대안당 경계 분위기와 연방 정치무대의 전례 없던 풍경은 이날 대중지 빌트가 전한 소식 하나로도 대변됐다.
빌트는 연방하원의 기민-기독사회당 연합,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이 최고연장자 의원에게 명예의장을 맡겨 개원 기념연설을 하게 하는 의회 전통에 따라 차기 의회 때 최고령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 대안당 빌헬름 폰고트베르크(77) 정치인에게 그 역할을 맡기지 않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대안당의 니더작센주 정당명부에 이름을 올려 9월 총선에서 당선이 예상되는 그는 과거 연설 등을 통해 "홀로코스트가 독일인과 독일역사를 범죄화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되고 있다"라거나 "홀로코스트는 하나의 신화나 도그마로 둬야만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나치 과거사는 두고두고 반성하고 참회해도 모자란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독일 주류 정치권은 폰고트베르크 같은 인물에게 그런 중요한 기회를 준다는 것은 쉽사리 용납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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