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본선 같은 예선'…심장부 호남 순회경선 열기 '후끈'
주자들 "승리자신·결과는 하늘에"…삼각 신경전 속 '호남 구애작전'도
文파랑·安노랑·李주황 '3색 응원전' 팽팽…일부 상대후보 야유도
주자 가족도 행사장에, 당 지도부 총출동…"호남 맹주는 민주당"
(광주=연합뉴스) 임형섭 김동호 서혜림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명운이 걸린 심장부 호남에서의 27일 순회경선은 '본선 같은 예선'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주자들 사이에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세 대결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결과가 이후 전체 경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무대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는 주자들의 연설에서는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광주여대 시립 유니버시아드 체육관 8천여석을 가득 메운 각 주자 지지자들은 색깔을 맞춘 단체복을 입고서 주자들의 이름을 목청껏 연호하며 치열한 장외 응원전을 벌였다.
지도부 역시 최근 국민의당 호남 순회경선 흥행을 의식한 듯 현장에 총출동해 세를 과시했다. 경선 도중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 정견발표서 팽팽한 '삼각신경전'…낮은 자세로 '호남 구애작전'도 = 이날 주자들의 정견발표에서는 서로를 겨냥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먼저 단상에 오른 문재인 전 대표는 "우리가 기댈 것은 적폐세력과 손잡는 다수의석이 아니고, 국민보다 앞서 달려가는 과격함도 아니다"라며 안 지사와 이 시장을 동시에 겨냥했다.
그는 "기댈 것은 오로지 국민 지지"라며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힘줘 말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음으로 연설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가 후보가 돼도, 안 지사가 후보가 돼도 정권교체가 된다. 그러나 이재명이 되면 더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을 거론하며 "누구도 박근혜 탄핵을 말하지 않을 때, 저는 앞장서 탄핵을 외치고 구속을 외쳤다"며 차별화를 꾀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안희정 충남지사는 다른 주자를 견제하기보다는 자신에 대한 '우클릭' 평가 등에 대해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우클릭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뉴클릭"이라며 "이 길은 김대중 노무현 그 미완의 역사를 완성하기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 지사는 "서천 앞바다 꼴뚜기가 제철이고, 전라도 바닷가 봄 도다리가 제철이다. 17년 제철음식인 저 안희정이 도전한다"며 "노무현의 기적을 2017년 오늘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주자들 모두 '낮은 자세'로 호남 민심을 구애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호남의 좌절과 분노는 절대 호남의 패배가 아니라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이면서 "다시는 호남에 좌절을 드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저는 민주당의 뉴 프론티어를 개척해 호남의 기울어진 고립구조를 깨기 위해 투쟁하고 실천했다"며 "5·18 항쟁,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의구심 품은 죄로 (학교에서) 제적되고 혁명의 길 걸은 순간부터 다 민당의 역사와 함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호남이 선택하여 역사를 바꾸었듯이, 호남이 선택하면 이재명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서도 "마음의 병을 앓는 셋째 형님이 어머니를 때리고 패륜적 폭언을 퍼붓는 일로 싸웠는데, 이 장면이 녹음돼 전 국민이 들었다. 제가 부족했다. 이 자리를 빌려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숙여 사죄했다.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최성 고양시장 역시 겉옷을 벗고서 단상에 올라 대의원들을 향해 큰절도 했다.
그는 "다음 대통령이 호남출신 총리를 임명한들, 호남에 예산을 준들 뭐가 달라지겠나"라며 "이 자리에서 자치분권 개헌시대를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 주자들 "승리확신·결과는 하늘에"…얼굴엔 긴장감도 = 행사 시작보다 약 1시간 빨리 행사장에 도착한 주자들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이날 경선의 중요성을 의식한 듯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특히 이들은 "결과는 지켜봐야 안다"면서도 앞다퉈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장 먼저 행사장에 도착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긴장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기자분이 긴장하신 것 같다"면서 "푹 잤고, 점심은 곰탕을 먹었다"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역전의 발판이 마련되겠느냐'는 질문에 "첫날이니까 이제 시작"이라며 "첫 출발이니까 (결과는) 오늘 까봐야 안다"고 말했다.
특히 안 지사의 아내 민주원씨와 큰아들이 함께 행사장을 찾았으며, 큰 아들은 '큰아들'이라는 명찰을 달고 아버지를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로 행사장에 나타난 이재명 성남시장은 캠프의 상징인 주황색 스카프를 매고서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도착했다.
이 시장은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 누구나 꿈을 갖고 살 수 있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세상 만드는 일에 제가 도구로서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하늘의 뜻과 국민의 뜻에 맡기겠다"며 "물 위에 파도들이 변해도 밑바닥 흐름은 바꿀 수 없다. 오늘은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송영길 총괄본부장 등 캠프 관계자들, 최근 문 전 대표 지지를 선언한 치어리더 박기량 씨 등과 함께 행사장에 입장했다.
자신을 둘러싼 지지자들에게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던 문 전 대표는 취재진이 '오늘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라고 묻자 "아유, 뭐 이길 것이라 자신한다"며 "절반을 넘으면 대성공"이라고 웃음을 보였다.
문 전 대표의 부인인 김정숙씨는 행사장에서 사람들을 만나 "따뜻한 정숙씨"라고 소개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 文 파란색·安 노란색·李 주황색…3색 응원전에 체육관 '들썩' = 이날 행사 3시간여 전부터 체육관은 지지자들의 응원으로 떠들썩한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은 파란색, 안 지사 지지자들은 노란색, 이 시장 지지자들은 주황색으로 옷을 맞춰 입었고 각자 색깔에 맞는 팻말이나 수건을 흔들면서 세를 과시했다.
지지후보의 얼굴을 종이에 프린트해 가면처럼 쓰거나, 노래를 개사해 주자들을 선전하고 호루라기도 부는 등 특색있는 응원전도 계속됐다.
'더 준비된 문재인', '확실한 필승카드 안희정', '적폐청산 개혁대통령 이재명' 등 주자들의 슬로건을 담은 포스터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주자들이 입장할 때에는 각자가 응원하는 주자들의 이름을 목청껏 연호, 행사장의 공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일부에서는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연설할 때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고, 일부 주자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연설에서 물었을 때도 각자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연호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사회자가 "기자들이 많이 왔다. (다른 주자 연설때) 야유를 하면 안된다"고 단속하기도 했다.
◇ 민주 지도부 총출동…'호남 맹주는 민주당' = 이날 행사장에는 민주당 지도부와 캠프 인사는 물론, 의원과 당직자들이 총출동해 텃밭에서 세몰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국민의당 호남 경선이 예상외의 흥행을 거둔 상황에서, 호남 민심 잡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도 보인다.
우선 추미애 대표, 홍재형 중앙당선관위원장, 김영주 전해철 양향자 김병관 최고위원이 자리했고, 안규백 사무총장과 윤장현 광주시장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박 서울시장이 경선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휴가를 내고서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당의 중요한 행사인데 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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