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나려면 그녀를 통하라"…백악관밖 '문고리' 그래프
마라라고行 '비선 채널'…백악관측 "사실 무근"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긴히 전할 말이 있다면 로나 그래프를 찾아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오랜 기간 지켜온 여비서 로나 그래프(64)가 백악관 밖의 '문고리 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래프는 1987년 트럼프 그룹에 입사해 30년가량 그림자처럼 비서를 맡아왔다. 부동산재벌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서는 누구든 그래프를 거쳐야 했고, 트럼프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재는 트럼프 그룹의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래프는 뉴욕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 때문에 백악관으로 자리를 옮기지는 않았다. 그래프를 대신해 매들린 웨스터하우트 행정보좌관이 '대통령 트럼프'의 비서 자리를 채우게 됐다.
따라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래프가 여전히 '비선 채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동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폴리티코는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와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모두 백악관 공식라인에 모든 일정을 맡긴 것과는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주택용품 판매업체인 홈디포의 창업자로 공화당 핵심 기부자인 켄 랭곤, AIG 대표를 지낸 '보험업계 거물' 모리스 행크 그린버그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 일정을 잡기 위해 그래프와 접촉했다.
이와 함께 최소 7명가량의 인사들이 그래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뉴욕의 억만장자 사업가 존 캐치마티디스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용히 전달할 사안이 있다면 나는 아마도 그래프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스캔들'로 트럼프캠프 선대위원장에서 중도하차했던 폴 매너포트 역시 '그래프 채널'을 자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핵심 측근으로 통했던 인사들조차 그래프에게 의존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린지 월터스 백악관 대변인은 "완벽한 소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모든 접촉은 백악관 공식 라인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래프는 별도의 언급을 거부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모든 일정이 공식기록으로 남겨지는 백악관 내부보다는 백악관 밖에서, 특히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라라고 리조트에 머물 때 그래프의 '비선 역할'이 부각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몇 차례 마라라고 행(行)에서는 그래프가 주요 일정을 조율했다는 것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20일 취임한 후 66일의 재임 기간 본인 소유의 리조트 등에 머무른 기간은 무려 21일에 달한다. 주말에는 한 주도 빼놓지 않고 방문해 8주 연속 주말 방문 기록을 세웠다.
특히 마라라고 리조트를 자주 찾았다. 다음 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 회담도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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