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사랑하는 잭슨 前대통령, '20달러 얼굴' 퇴출 모면하나
오바마 정부때 20달러 앞면에 흑인여성운동가 터브먼 넣기로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의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1767∼1845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랑에 힘입어 '20달러 얼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AFP통신은 26일(현지시간) '트럼프에게 인기 있는 잭슨이 20달러 지폐(앞면)에 계속 남아 있을까'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트럼프 정권에서 지폐 인물 교체안의 변경 가능성을 짚었다.
미 재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계획안에 따르면 20달러 앞면에 그려진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은 2020년까지 지폐 뒷면으로 밀려난다.
잭슨 전 대통령의 자리는 여성 흑인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1820년경∼1913년)이 채운다.
터브먼은 노예 출신으로 자신이 태어난 농장에서 탈출한 뒤 남부의 다른 노예들을 북부로 탈출시키는 일을 했다. 남북전쟁에도 참전한 그녀는 전쟁 이후 여성 참정권과 흑인 인권을 위해 싸웠다.
잭슨 전 대통령이 지폐 뒷면으로 밀려난 데는 그가 원주민과 흑인 노예를 탄압했고 지폐 사용에 부정적이었다는 점 등이 작용했다.
잭슨 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지폐 얼굴 경쟁에서 밀렸지만 트럼프 정권에 들어선 달라진 위상을 뽐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잭슨 전 대통령을 칭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5일 탄생 250주년을 맞은 잭슨 전 대통령의 고향 테네시 주를 찾았다. 그는 당시 잭슨 전 대통령의 팬임을 자처하며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걸어두기도 했다.
세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잭슨 전 대통령을 칭송해 마지않는 이유로 두 사람이 여러모로 닮았다는 점을 꼽는다.
두 사람 모두 워싱턴 기성 정치에 발을 담그지 않았던 '아웃사이더'이며 저돌적인 성격을 가졌다. 대통령 선거에서 소외당한 농민과 백인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승리했다는 점도 두 사람의 공통분모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잭슨 전 대통령이 자주 거론되면서 다급해진 쪽은 여성·흑인단체들이다. 20달러 지폐의 '터브먼 입성'이 백지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여성단체 '20달러에 여성을'(Women on 20s)의 창립자 바버라 오르티즈는 AFP에 "2020년까지 터브먼을 20달러 지폐에 넣는 과정에서 어떤 지연이나 변화가 있는지 매우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20달러 지폐의 인물 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 20달러 지폐의 인물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이 "전적으로 정치적 결벽증(Political Correctness·인종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이나 공격적 언행을 극도로 꺼리는 것)"에 따른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자신이라면 20달러 지폐 앞면에 잭슨 전 대통령을 그대로 두고 터브먼은 2달러 지폐의 인물로 내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20달러 지폐는 1달러 다음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반면 2달러는 자주 통용되지 않는다.
kong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