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친박, 대선 앞두고 '오월동주'하나…'반문' 같은 목표
洪, 지방선거·'成 리스트'로 핍박당했다지만…'양박' 배제로 분리대응
洪 '중도우파 단일화'에 윤상현 "단계적 보수·중도 연대"로 호응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불구대천' 원수처럼 지내 온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와 친박(친박근혜)계가 5·9 대선을 앞두고 다시 만나게 됐다.
홍 지사는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올랐고, 친박계는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몰락했지만 여전히 당내 주류다.
홍 지사와 친박계는 앙숙이었다. 2011년 당시 한나라당의 '홍준표 대표 체제'가 무너진 데는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 등의 흔들기가 작용했다. 이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다.
친박계의 득세로 홍 지사는 "박근혜 정권 4년 내내 핍박받았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경남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홍 지사는 친박계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2015년 '성완종 리스트'에 홍 지사는 친박계 핵심 인사들과 함께 이름이 올랐다. 친박계의 '물타기'로 끼워 넣어졌다는 게 홍 지사 주장이었다. 그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홍 지사가 친박계의 미움을 받은 건 그의 거침없는 발언도 한몫했다. 그는 "친박계는 공천을 바라고 박 대통령 그늘에 모여든 이익집단"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때마다 쓴소리했다. 2014년 "박 대통령이 퇴임할 때 친박은 없어진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총선 참패는 친박계의 기득권 집착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렇게 으르렁대던 홍 지사와 친박계가 손을 잡을지 주목된다. 오는 31일 전당대회에서 홍 지사가 후보로 선출될 경우 당은 그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홍 지사는 기존의 당 조직을 중심으로 선거기구를 꾸릴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연스럽게 친박 조직이 선거기구로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을 찾았을 때 그는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박계의 '성지'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홍 지사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선 "무능한 대통령이었다"고 혹평했다. 탄핵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법적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친박계 주자 김진태 의원이 경선에서 홍 지사를 맹렬히 공격했지만, 홍 지사는 "김 의원도 함께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친박계도 홍 지사에 덮어놓고 적대적인 것은 아니다. 김 의원이 '태극기 세력'을 등에 없었지만, 친박계 전체의 기류를 대변하는 게 아니라는 견해가 있다.
실제로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23일 "당내 보수 민심을 통합한 후 바른정당과의 보수 후보 연대 모색과 함께 중도를 아우르는 단계적 보수·중도 연대론이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홍 지사가 밝혀 온 '우파·중도 단일화론'과 꼭 들어맞는다.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는 기정사실로 하고, 때에 따라선 국민의당까지 연대 대상이라는 게 홍 지사의 구상이다.
홍 지사가 '일부 양박(양아치 친박)'이 문제라고 한 것 역시 친박 전체를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른정당·국민의당에서 거부감이 큰 인사들만 배제하는 선에서 연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홍 지사와 친박계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오월동주'인 셈이다. 배에서 풍랑을 만나면 사이가 나쁜 오나라·월나라 사람도 힘을 합친다는 고사성어다. 이들에게 '풍랑'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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