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합니다, 기다립니다"…절박한 롯데의 애절한 '중국 달래기'
유커 많은 명동 백화점 등에 문구 게시…롯데마트 중국법인장들에 '전권' 부여
신동빈 회장도 "중국 사랑한다…우리 조상의 땅"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달 말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부지로 제공한 뒤 중국으로부터 무차별적 보복을 받는 롯데가 한 달 만에 중국에 대한 적극적 '구애'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섰다.
우선 롯데는 지난 24일부터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소공점)과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들 안팎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중국어 홍보물을 게시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출입문, 내부 통로, 에스컬레이터, 고객 라운지 등에도 같은 중국어 홍모 문구가 걸렸다.
롯데 관계자는 "두 나라 갈등이 빨리 해결돼 우호 관계가 회복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보다 직접적 의미로는, 지난 15일 중국 당국의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 금지' 조처 이후 발길을 끊은 유커들에게 양국 관계 회복과 함께 꼭 다시 와달라는 '간청'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롯데백화점 소공점 안에는 중국인 매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롯데면세점이 4개 층에서 영업 중인만큼, 어떤 형태로라도 중국과 중국인들에게 롯데의 호의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보복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롯데마트도 중국 법인장을 모두 중국인으로 바꾸고 이들의 권한을 확대해 '현지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롯데마트는 화둥(華東)법인과 동북법인의 법인장을 중국인으로 교체, 롯데마트 중국법인 4개 모두 '중국인 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쳤다.
아울러 최근 사드 관련 갈등이 심해지자 롯데마트 한국 본사는 직원관리, 고객대응, 상품·홍보전략 등 모든 업무의 권한을 중국인 현지 법인장들에게 부여했다.
이후 롯데마트 중국 법인장들은 실시간으로 변하는 현지 상황에 따라 담당 지역 점포들의 대응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중국 롯데마트 점포는 영업중단 후에도 점포 주변을 지나는 중국인들이 볼 수 있도록 '중국 친화적' 메시지를 담은 안내문을 붙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이번 사태로 현지 롯데마트 직원들의 동요가 큰 만큼, 내부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납품업체들의 '롯데마트 중국 철수' 우려를 씻기 위해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어 약 3천600억 원 규모의 증자와 차입을 통해 중국 롯데마트의 운영자금을 긴급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롯데 회장도 중국과 중국인의 반한(反韓), 반롯데 정서를 달래고 '중국 사업 철수'설을 불식하기 위해 직접 뛰는 분위기다.
신 회장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24일 자)에서 "나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우리(롯데)는 절대적으로 중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기를 바랍니다."라는 표현으로 절박한 심정을 전달했다.
더구나 신 회장은 중국을 '자신의 조상들이 살던 땅'으로까지 묘사했다. 신 회장의 성 신씨(辛氏)의 시조 신경(辛鏡)이 중국에서 건너온 인물이라는 사실까지 거론하며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강조한 것이다.
갈등의 발단인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해서도 "만약 정부가 우리와 같은 민간 기업에 땅(사드 부지)을 포기하라고 요청했다면, 우리에게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직접 해명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는 한·중 수교 2년 뒤인 1994년부터 일찌감치 중국 투자에 나서 유통, 제조, 주거, 레저 등 여러 분야에서 현지 사업을 펼쳐 양국 우호 관계에도 일정 부분 기여해왔다"며 "큰 난관을 만났지만, 중국 투자에 대한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shk99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