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부숴도 폭발 안해요"…LG G6 시험실 가보니
스마트폰 배터리 뭉개고 찌르고 불붙이는 극한의 검사 공개
LG전자, 삼성 갤럭시S8 공개 앞두고 '자부심' 드러내
(평택=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경기 평택시의 'LG 디지털파크'는 LG전자[066570]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 거점이다. LG전자는 최근 이곳에서 하루 5만대씩 전략 스마트폰 G6를 생산한다.
LG전자는 지난 24일 LG 디지털파크의 G6 생산 라인과 제품 인정실, 배터리 평가랩(Lab·시험실)을 국내외 취재진에 공개했다. 특히 배터리 안전성을 검증하는 평가랩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LG전자는 G6가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스마트폰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S8 공개를 앞두고, 자사 강점을 최대로 어필하려는 모습이었다.
◇ 고막 찢는 듯한 배터리 충격 시험 인상적
'백척간두진일보'. 극한 상황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라고 촉구하는 고(故) 이헌조 전 LG전자 회장의 커다란 붓글씨가 걸린 LG 디지털파크 내 제품 시험 연구소 지하에 배터리 평가랩이 있었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배터리의 설계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시험하고 있었다.
배터리 위에 직경 15.8㎜의 쇠 막대를 올리고 9.1㎏짜리 추를 61㎝ 위에서 떨어뜨리는 충격 시험과 날카롭고 긴 못으로 배터리를 빠르게 찌르는 관통 시험 등이었다.
두 시험은 스마트폰을 강하게 내려치거나 반려동물이 이빨로 깨무는 등 극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쾅!'. 충격 시험으로 인한 소음이 고막을 찢는 듯 컸고, 장비 안쪽에는 숱한 시험의 흔적인 듯 그을음이 가득했다. 파괴된 배터리에서 흘러나온 전해질 유기 용매의 떫은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G6 배터리는 국제 규격을 뛰어넘는 충격·관통 시험에도 처참하게 부서질 뿐 발화하거나 폭발하지 않았다. 같은 시험에서 거센 불꽃을 일으키는 경쟁사 스마트폰 배터리 동영상이 대조됐다.
배터리 평가랩 안에는 화재를 가정하기 위해 배터리에 일부러 불을 붙이는 공간, 엑스레이(X-ray) 등으로 망가진 배터리를 사후 분석하는 공간도 있었다.
LG전자는 배터리 개발 단계에서 20여가지 안전성 검사를 시행한다. 미국 안전 검증기관 UL의 11가지 검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항목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지향한다.
평가랩을 운영하는 김성우 LG전자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 배터리는 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면서도 "제대로 설계된 배터리는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주더라도 폭발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연 발화한 배터리만 자사 귀책 사유로 인정하고, 외부 충격에 의해 발화한 배터리는 이용자 책임으로 돌리던 갤럭시노트7 사태 수습 당시의 삼성전자와는 상반된 태도였다.
◇ 5천시간 테스트 통과해야 비로소 양산
LG전자는 프리미엄폰 V20 출시 직후인 작년 10월에 이어 이번에도 스마트폰 생산 라인과 제품 인정실이 있는 LG 디지털파크의 핵심 시설 G2동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G2동 3층의 제품 인정실은 스마트폰을 양산하기 전 시제품을 무작위로 선정해 품질과 내구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곳이다.
대학 연구소 같은 분위기의 제품 인정실에선 투명 플라스틱 통에 스마트폰을 넣고 360도 회전시키는 연속 낙하 시험기, 스마트폰을 6개월씩 과부하로 구동하는 가속 수명 시험실 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G6에 IP68 등급의 방수 기능을 추가한 LG전자는 기기를 1.5m 깊이의 물속에 30분 동안 넣은 다음 이상이 생기지 않는지 보는 장비도 운영하고 있었다.
제품 인정실의 품질 시험 항목은 총 1천여개, 품질 기준은 6만여개에 이르며, 모든 테스트를 통과하는 데 약 5천시간이 걸린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이렇게 가혹한 시험을 거친 G6는 최근 미국 국방성의 군사 표준 규격인 'MIL-STD 810G'를 획득했다.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충분할 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G6는 낙하, 포장 상태와 비포장 상태에서의 저온과 고온, 습도, 진동, 일사(日射), 저압, 분진, 방수, 열충격, 염수, 방우(防雨) 등 총 14개 항목을 통과했다.
제품 인정실 바로 위층에선 G6 생산 라인이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뒷면에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상표가 찍힌 G6가 눈에 띄었다.
이형주 LG전자 단말제조팀 기성(생산직의 최고 직급)은 "현재 주간 8개, 야간 4개 라인에서 G6를 생산하고 있다"며 "라인 1개당 1시간에 400개, 하루에 3천600개씩 G6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 "삼성 의아하다"…G6 자랑하며 자부심
LG전자는 G6를 출시하기 전부터 안정적인 제품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전작의 실패를 교훈 삼아 무리한 혁신을 시도하기보다 안전성 같은 스마트폰의 기본 가치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LG전자가 G6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취지도 이런 변화와 노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8 공개가 임박한 시점이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수년째 적자를 기록,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선 LG전자의 현실을 반영하듯 LG 디지털파크 G2동 주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만, G6를 자랑할 때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배터리 평가랩에서 만난 LG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계기로) 새로 추가한 배터리 시험을 우리는 이미 하고 있었다"며 "당연한 항목을 추가한다고 해서 의아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추가하기로 한) 엑스레이 전수 조사 같은 것은 우리가 배터리를 출하할 때 원래 하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품 인정실도 비슷한 분위기였다. LG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에도 제품 인정실의 테스트 항목을 특별히 보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던 대로만 해도 충분하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전작 G5의 실패를 G6로 반드시 만회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석종 LG전자 MC글로벌오퍼레이션그룹장(전무)은 "G6가 아주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제품"이라며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다음 달 7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G6를 정식 출시한다. 유럽과 중남미에서도 차례로 출시할 계획이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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