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혼자일 때…詩·소설 골라 드립니다
출판사들 '문학 큐레이션' 잇따라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남들 다 좋다는 베스트셀러 소설은 왠지 꺼려진다. 친구가 시집을 추천해줬지만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 무작정 서점에 갔다가 결정장애에 빠져 빈손으로 돌아오기 일쑤다.
문학출판사들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편집자의 색다른 추천을 넘어 독자의 감정과 취향, 읽고 싶은 주제에 딱 맞는 작품을 골라준다.
창비는 다음달 3일 시 전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을 출시한다. 시인들이 참여하는 기획팀이 매일 '오늘의 시'를 선정하고 '우울할 때'나 '혼자 있을 때', '실의에 빠졌을 때'처럼 상황에 맞는 테마별 시를 추천한다. 시인 이름과 시집 제목은 물론 주제·감정·소재에 따라 시를 검색해 읽을 수도 있다.
1975년 신경림의 '농무'로 시작해 400번대에 들어선 창비시선은 물론, 동시·청소년시를 포함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있는 작품이 3만3천여 편에 달한다. 정교한 검색과 큐레이션을 위해 작품들에 일일이 태그를 달았다. 시들을 골라 스마트폰 안에 나만의 시집을 만들 수 있다. 시인들이 작품을 직접 낭송하는 오디오 서비스도 제공한다. 강영규 창비 문학출판부장은 "고전 한시와 번역된 외국 시로도 서비스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음사의 장르문학 브랜드 황금가지는 최근 문을 연 온라인 플랫폼 '브릿G'에서 작품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판타지·로맨스·무협 등 일반적인 장르소설 분류를 벗어나 소재와 주제, 작품 특색에 따라 세분화했다.
황금가지 편집자 5명이 회의를 거쳐 '솔로부대 직격하는 이야기들', '주체적인 여성의 활약상을 모은 소설들', '한국 사회의 어둠을 투영하는 소설들' 등 테마를 정하고 각각 10편 안팎을 선별해 올린다. 독자는 소설을 곧바로 읽고 리뷰를 쓰거나 평점을 매길 수 있다.
브릿G에는 지난달 1일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천 편 넘는 소설이 올라왔다. 웹소설은 쓰고 읽는 순환주기가 빠르고 플랫폼에 많이 노출될수록 인기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큐레이션이 수많은 작품 중 취향에 맞는 소설을 대신 골라주고 묻힐 뻔한 좋은 소설을 발굴해내는 기능도 하는 셈이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은 "찾아 읽는 '귀차니즘'도 해결되고 독자들이 소설에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 작가나 독자가 큐레이션에 참여하는 코너도 만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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