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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플레이 승리 비결? "상대 선수에 자비를 베풀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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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플레이 승리 비결? "상대 선수에 자비를 베풀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골프장에서 한창 진행 중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 가운데 하나밖에 없는 매치플레이 방식 대회다.

나머지 투어 대회는 나흘 동안 친 타수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스트로크 플레이 방식이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코스와 싸움이다. 자신과 싸움이기도 하다.

매치플레이는 상대 선수와 싸우는 방식이다. 스트로크 플레이는 다른 선수 플레이와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매치플레이는 다르다. 1대1 맞대결이기에 심리적 요인이 더 많이 작용한다.

매치플레이에 유난히 강한 선수가 있다. 대개 기가 센 선수들이다. 지는 걸 유난히 싫어하는 싸움닭 기질 선수들이 매치플레이에 강하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싸움닭 기질이 강하다.

매킬로이는 델 매치플레이에서 2015년 우승, 지난해 4강 등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이 대회 통산 매치 성적 23승9패1무승부로 역대 3위에 올라 있다.

매킬로이는 매치플레이에 자신이 강한 이유를 "상대 선수를 무자비하게 눌러놓기 때문"이라고 PGA투어닷컴에 밝혔다.

그는 "매치플레이에서는 이기심과 자존감이 중요하다. 나는 자존심이 강해 누군가가 나를 이기는 건 참을 수 없다. 그리고 상대를 꺾는 게 기분이 좋다"면서 "그게 내가 매치플레이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기염을 토했다.

매킬로이는 "매치플레이에서는 친한 사이라도 봐주는 게 없어야 한다. 상대 선수가 내 인간성을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면서 "대회에서 우승하고 세계에서 가장 매치플레이에 강한 선수가 나라는 걸 온 세상에 알리는 게 중요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싸움닭 기질은 작년 우승자 제이슨 데이(호주)도 만만치 않다.

눈물이 많고 여린 심성의 데이는 그러나 매치플레이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바뀐다. 데이 역시 "사람 좋다는 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는 생각이다.

2011년 델 매치플레이에 처음 출전했을 때 폴 케이시(잉글랜드)와 대결에서 50㎝ 퍼트도 컨시드를 주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케이시가 불쾌감을 토로했다는 말에 데이는 "매치플레이는 상대를 꺾어야만 하는 경기"라며 "모든 선수가 잘 알고 있고, 다른 선수가 내게 인색한 컨시드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나는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받아쳤다.

데이는 매치플레이 때는 늘 상대 선수에게 등만 보인다. 그는 "앞서고 있을 때 등만 보이고 걸어가면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을 상대에 안겨준다"고 말했다. 어쩌면 야비한 심리전이기도 하다.

데이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을 포함해 대회 통산 21승 6패라는 뛰어난 전적을 올렸다.

매킬로이나 데이는 그러나 실력이 먼저라는 데 의견이 같다.

매킬로이는 "매홀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고 아이언샷이 반드시 그린에 올라가면 상대 선수는 '저 선수는 오늘 실수를 하지 않는구나'라며 기가 꺾인다"면서 안정된 샷이 승리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데이는 "종종 어려운 샷이나 퍼팅을 성공시키는 것도 상대 선수의 기를 꺾어 놓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4강전에서 매킬로이를 만나 고전하던 그는 11번홀에서 먼 거리 파퍼트를 앞두고 있었다. 매킬로이는 비교적 짧은 거리 버디 퍼트를 준비하던 참이었다.

데이는 "내가 이 파퍼트를 넣으면 흔들릴 것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파퍼트를 넣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면서 "내가 그 퍼트를 넣자 예상대로 매킬로이는 버디 퍼트를 놓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아마추어 시절 매치플레이로 치르는 각종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쓸어담았다.

그는 "매치플레이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스피스는 "6언더파를 치고도 질 수 있고 2오버파를 치고도 이길 수 있는 게 매치플레이"라면서 "7경기 연속 6언더파를 칠 순 없다. 어떤 선수도 불가능하다. 어떤 날은 고작 1, 2언더파밖에 못 친다. 그런 날엔 상대가 나보다 더 못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델 매치플레이에서 2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케이시는 초반 기선을 잡는 게 매치 플레이에서 필승 비법이라고 공개했다. 초반 4, 5번홀까지 앞서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케이시는 또 매치플레이의 요령이 공격적 플레이라는 통설은 잔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보기를 절대 하지 않고 매 홀 버디 퍼트를 하는 안정된 경기를 펼치는 선수는 정말 이기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는 케이시와 달리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호한다.

그는 "상대 플레이에 따라 승부를 걸 땐 걸어야 한다"면서 "더블보기 2개에 트리블보기 2개를 한다고 해도 버디 6개나 7개를 잡아낸다면 매치에서 이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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