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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의 사모곡'…방황하던 소년을 톱 골퍼로 키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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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의 사모곡'…방황하던 소년을 톱 골퍼로 키운 어머니

아버지 학대에서 보호하고 집 팔아 데이에게 골프 가르쳐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어머니 걱정에 골프 경기를 포기한 제이슨 데이(호주).

어머니 데닝 데이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인 제이슨 데이도 없었다.

데이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 경기 도중 기권했다.

데이는 기자회견에서 올해 초 폐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머니의 고통을 떠올리면서 "지금 내가 이곳에서 골프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눈물을 터트렸다.

데이에게 처음 골프를 가르친 사람은 아버지인 고(故) 앨빈 데이였다.

그러나 데이가 최정상 골퍼로 키운 사람은 데닝이다.

뉴욕타임스의 작년 4월 기사에 따르면, 필리핀 출신인 데닝은 젊은 시절 더 나은 삶을 찾으려고 호주에 왔고, 아내를 구한다는 이혼남 앨빈의 편지를 접하고 그와 결혼했다.

사실 그 편지는 데닝 집주인의 미혼 자매에게 온 것이었지만, 그녀가 이미 이탈리아로 떠난 후여서 데닝에게 전달됐다.

앨빈은 술주정뱅이였다. 데이는 지난해 골프닷컴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아주 난폭해졌다"고 떠올렸다.

앨빈은 술 때문에 직장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그 때문에 키 145㎝의 데닝이 밤낮 휴일 없이 일해야 했다.

앨빈은 골초이기도 했다. 아기인 데이를 재울 때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데이가 검은 가래를 내뱉자 하루 두 갑씩 피우던 담배를 끊었다.




데이 가족은 버려진 공장 지대 근처에 살았다. 근처 쓰레기 더미에서 필요한 물건을 찾아 쓰기도 했다.

데이가 3살 때, 앨빈은 쓰레기 더미에서 손잡이 부분 가죽이 반쯤 벗겨진 3번 우드를 찾아냈다. 데이의 생애 첫 골프 클럽이다.

데이는 뒷마당에서 이 우드로 테니스공을 놓고 스윙하며 놀았다. 앨빈은 "이 아이는 챔피언이 될 거야"라고 기대했다.

데이는 6살에 처음으로 정식으로 골프를 배웠다. 앨빈과 데이는 주말마다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쳤다.

그러나 골프장에서도 앨빈의 폭력성이 고개를 들었다. 데이가 나쁜 스코어를 기록하면 앨빈은 두 주먹으로 데이를 때렸다. 데이가 10∼11살 때였다.

데이의 몸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한 데닝은 앨빈에게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절대로 손대지 마세요. 지금부터 데이를 골프장에 데리고 가려면 나도 따라가겠어요"라며 경고했다.

이후 데이가 12살이 됐을 때 앨빈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때때로 폭력에 시달렸지만, 아버지의 관심을 독차지했던 데이는 방황했다.

술을 많이 마시고, 학교에서 싸움을 벌였다.

데닝은 집을 팔고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서 데이를 기숙학교에 보냈다. 집에서 차로 500마일(약 800㎞) 떨어진 쿠랄빈 국제학교는 스포츠 프로그램으로 이름난 학교다.

데닝은 데이의 골프클럽을 싣고 다니기 위해 승용차 겸 화물차인 스테이션 왜건도 샀다.

이 학교에서 데이는 골프 스승이자 캐디, 아버지의 빈자리도 채워준 콜린 스와튼을 만났다. 데이의 골프 인생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다.

이후 데이는 골퍼로서 성공의 길을 걸었다.

2015년 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를 제패했고, 2016년에는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올해 2월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데이의 누나들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데이는 아버지에게서 골프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법을 배웠다. 어머니에게서는 실패가 선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며 데이의 정신력이 데닝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는 성공해서도 늘 "어머니가 그립다"고 말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아내를 만나 그곳에 정착한 데이는 자신의 집 근처에 어머니 집을 마련해주고 싶었지만, 데닝은 호주를 떠나고 싶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어머니 생각에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데이는 "어머니를 위해 함께 할 시간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내가 골프를 하는 이유이고 가족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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